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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디즈렐리가 보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황금을 아무리 쌓아 놓아도 결코 나는 굴복하지 않습니다. 나를 알아줄 상냥한 여인에게 바라는 것은 돈이 아니라 영원한 사랑입니다. 언젠가는 당신도 애정에 찬 마음을 구하게되고 후회와 절망에 차서 나를 생각할 것입니다』 화가 난 「디즈렐리」는 이렇게 편지를 썼다. 빚쟁이 「디즈렐리」가 4천「리불」의 연금과 집이 탐나서 12살이나 위인 미망인에게 구혼했다는 주위의 소문이 「윈담」부인을 망설이게 했기 때문이었다.
「윈담·루이즈」부인 「메리·안」은 사교계에서는 약간 어리석게 취급받는 여성이었다. 어느 때 「스위프트」에 관한 이야기가 있은 후 부인은 그를 초대하려고 그의 주소를 찾았다는 일화도 있다. 젊은 작가로서 미래의 대영제국의 재상을 꿈꾸는 야심가에겐 적당한 여자가 아니라고 모두들 생각했다. 그러나 「디즈렐리」에게는 달랐다. 가정은 아늑한 곳. 밖에서 우울할 때 위로 받을 수 있는 곳. 수많은 정적들의 번득이는 눈총을 받아가며 온갖 열변을 토해내야 하는 남성세계-. 그는 집에 돌아와서까지 재분의 공격을 감수할 것을 바라지는 않았다.
그는 여성의 무지와 단순을 좋아했다. 어린 시절 자기의 모든 이야기를 들어주고 자기만을 위해서도 살아줄 수 있다고까지 말하던 누이 「사라」. 그는 누이인 동시에 아내도 될 수 있는 또 하나의 「사라」를 찾고있었다. 『내 생각으론 사랑이란 자기의 행복과 걱정을 모두 그 사람과 나누는 것입니다. 내가 원하는 것은 당신과 헤어지지 않는 것이다. 그곳이 어디라 할지라도…』동료였던 「윈담·루이즈」미망인 「메리·안」을 위로하며 어느덧 좋아하게 됐다. 12살이나 위인데도…. 비록 남들이 손가락질하더라도 그를 위로하고 그의 편에 서줄 수 있는 여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의 나이 35세 때 그들은 결혼했다. 「메리·안」은 47세. 정치가의 아내로서 「메리·안」은 충실했다. 심한 논쟁으로 새벽에야 돌아오는 「디즈렐리」를 위해 벽로엔 장작불이 타고 집안의 등불은 모두 켜져 있었다.
남편이 「노트」해둔 것은 아무리 작은 종이쪽지라 해도 하나도 빼놓지 않고 보관해두는 자상한 아내였고 바쁜 정치생활 속에서도 매년 결혼기념일엔 부인에게 짧은 시를 선사하는 여유 있는 남편이었다. 『33년간의 결혼생활에서 아내에게 흥미를 읽어본 적은 한번도 없었다. 그녀는 아내라 하기보다는 오히려 애인이었다』만년에 그는 죽은 「메리·안」에 대해서 이렇게 친구들에게 썼다. 물론 그녀의 죽음을 애도하기 위해 손수 만든 검은 줄친 편지지에다가-. <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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