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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 김한길 추대 분위기서 '경선' 급선회 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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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민주당 초선 의원들 “대선 패배 사죄” 민주통합당 초선의원 20여 명이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대선 패배를 사죄하는 1000배를 하고 있다. 참여 의원들은 당과 정치의 혁신과 변화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줄 왼쪽부터 최민희·배재정·박혜자·유은혜 의원. [뉴시스]

민주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 선출이 26일 ‘경선’에서 ‘추대’로 기울었다가 한밤중에 다시 ‘경선’으로 급선회하고 있다.

 노무현계이자 고(故) 김근태 전 상임고문 계열인 민평련 소속인 신계륜(4선) 의원은 이날 민평련 송년회에서 “변화와 쇄신을 위해 헌신하겠다. 수위라도 시키면 하겠다”며 출마 의사를 밝혔다. 이에 민평련은 신 의원을 지원키로 결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은 이날 오전 원내대표 선관위(위원장 김우남)를 구성하고 28일 국회에서 새 원내대표를 뽑기로 했었다. 경선을 하려던 것이었다.

그러다 오후 들어 비주류 중진인 김한길(4선) 의원에 대한 추대 분위기가 무르익었다. 계파 간 갈등이 재연되는 걸 막고 당의 컨트롤 타워를 만들기 위해 김한길 의원을 합의 추대하자는 것이었다. 특히 당 중진과 원로그룹 중심으로 김 의원을 추대함으로써 당의 분열된 모습을 부각하지 말자는 목소리가 컸다. 김 의원과 함께 추대 대상으로 거론되던 신 의원도 출마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이 같은 움직임이 힘을 얻었다.

친노계로 분류되지만 ‘이해찬-박지원 연대’에 반기를 들었던 유인태 의원은 26일 기자와 통화에서 “추대로 한다면 김한길·박영선 의원이 좋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대선 패배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운 데다 비주류의 지지를 받을 수 있고, 박영선 의원은 대중적 인기와 추진력이 있어 비대위원에 어울린다”는 이유에서였다.

자신이 원내대표에 거론되고 있는 것에 대해 유 의원은 “나는 분명히 안 한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서 “경선을 하면 친노는 누굴 밀고, 비주류는 누굴 민다는 말이 반드시 나온다. 비밀은 없다”며 “대선 패배 후 국민의 시선이 싸늘한데, 또 권력다툼하는 모습을 보일 수 없지 않으냐”고 추대의 당위성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신계륜 의원도 안 나오는데, 경선할 필요가 없지 않은가”라는 말도 했다.

 출마 결심을 굳혔던 박기춘·전병헌 의원도 기자와의 통화에서 “총선·대선의 패배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인물이 추대된다면 경선을 포기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박지원 전 원내대표 사퇴로 현재 권한대행을 맡고 있는 박 의원(원내수석부대표)은 “원내대표나 당대표 경험이 있는 분이면 반대하지 않는다”며 “일단은 내일 후보 등록은 하고 추이를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전 의원도 “당 전체가 정치적 합의를 볼 수 있는 분이면 된다”고 했다.

 하지만 이날 하루 종일 휴대전화를 꺼놓고 고민을 거듭하던 신 의원이 출마 쪽으로 마음을 굳힘으로써, 유 의원을 중심으로 한 중진 그룹도 더 이상 추대를 추진하기 힘들게 됐다. 또 박기춘·전병헌 의원도 후보 등록을 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주류 친노 진영에서도 통일된 의견이 나오지 않는다. 당직을 맡고 있는 한 의원은 “추대보다 경선을 통해 리더를 뽑는 게 바람직하다”고 했지만 또 다른 의원은 “추대할 분이 있다면 그것도 고려해 볼 만하다”고 했다.

 비대위원장·원내대표 선출이 경선으로 기운다면 김한길 의원은 비대위원장에 나서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비주류 의원들 사이에서는 “당 대표 경선까지 길어야 ‘5개월짜리’인 데다, 4월 재·보궐 선거의 책임까지 떠맡아야 하는 비대위원장의 자리에 굳이 나올 필요가 없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한 비주류 의원은 “처음부터 친노 주류가 희생타를 날려줄 대상을 찾기 위해 추대 분위기를 만든 게 아닌가 의심스럽다”고 주장했다.

 애초에 김 의원을 미는 분위기 속에는 ‘안철수 변수’가 자리잡고 있었다. 민주당 관계자는 “김 의원이 비대위원장을 맡고 당의 체질을 바꾸고 더 나아가 새 정치에 맞는 신당 창당까지 떠맡을 수 있는데, 그 과정에서 안철수씨가 참여해야 진정한 정계개편이 가능하다”며 “안씨와 접점이 있으면서, 그쪽 지지자들에게 거부감이 없는 인사를 꼽자면 김 의원 외에는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원내대표 경선이 성사될 경우 부산에 머물고 있는 문재인 전 후보가 등장할지도 관심사다. 의원직을 유지할 것으로 보이는 문 전 후보가 비대위원장 선거를 통해 다시 활동을 재개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

강인식·류정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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