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칼라 체감 정년 53.9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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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기업들이 관리직의 수를 줄이면서 40~50대 화이트칼라 노동자들이 조기 퇴직 압박을 받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상명하복식의 수직 조직이 개인의 창의성을 존중하는 수평 조직으로 바뀌면서 관리직 수가 줄고 있는 것. 삼성경제연구소 태원유 수석연구원은 26일 ‘중장년 화이트칼라 지속고용의 과제’ 보고서를 내고 이같이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화이트칼라는 총 427만 명으로 2000년 313만 명보다 36.4% 증가했다.

특히 45세에서 59세에 해당하는 중장년층은 같은 기간 38만 명에서 91만 명으로 두 배 이상이 됐다. 그러나 기업 성장이 둔화하고 수평적인 조직구조가 확산되면서 중장년층을 배치할 만한 관리자 직책은 2009년 15만8000개에서 2011년 14만4000개로 줄었다.

 삼성경제연구소 조사 결과 화이트칼라의 체감 정년은 53.9세로 기업이 정한 평균 정년인 57.7세보다 3.8년 짧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생산직 등 비화이트칼라 직종의 체감 정년 55.7세보다도 2년가량 짧은 것이다.

 보고서는 중장년 화이트칼라의 고용이 불안한 또 하나의 이유로 임금 수준을 들었다. 이들의 평균 월급은 젊은 층의 1.5배 수준인 453만6000원에 달했다. 태 연구원은 “경영이 위축될 때 인건비 부담을 느끼는 회사의 퇴직권고 1순위가 바로 40~50대 화이트칼라”라고 했다.

 태 연구원은 “중장년 화이트칼라는 4말 5초(40대 말에서 50대 초반)에 임원이 되지 못하면 회사를 떠나야 하는 상황”이라며 “자녀교육과 결혼, 주택대출 상환 등 소비지출이 최대에 다다르는 시점에서 조기퇴직으로 가계소득이 끊길 경우 자칫 사회·경제적 불안 요인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보고서에서 “이들 계층을 위해 퇴직을 늦추는 직종별 정년제와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고 직무 재교육을 강화하며 근로 시간과 근무 형태를 유연하게 적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박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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