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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의 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오늘 있은 중·고사의 입학식을 고비로 이제 전국의 각급 학교는 모두 정상적인 수업에 들어가게 되었다. 겨우내 위축됐던 삼라만상이 따스한 봄볕아래 소생과 약동의 기쁨을 만끽하게 되는 것도 대자연의 커다란 축복의 하나이려니와, 이때 새로운 희망, 새로운 결의를 미간에 아로새기면서 면학의 길에 매진하게될 우리나라 각급 학교 6백 여만 젊은 학도들의 늠름한 모습은 우리가 봄에 맛보는 가장 큰 기쁨의 상징이 아닐 수 없다.
우리나라 학원주변에 찾아든 올해 대자연의 봄은 그 화창한 날씨의 축복과 함께 사람의 마음 속 구석구석까지를 다사롭게 물어주는 심리적 「스트레스」의 해토 작용까지를 수반하고 있는 성싶다. 작년이래 학원주변을 살벌한 공포분위기로 몰아넣게 했던 당국의 이른바 일련의「강경 조치」가 눈 녹듯이 어느덧 풀려가고 있는 느낌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작금에 이르러 문교당국자가 종래의 태도를 많이 누그러뜨려 이른바 정치교수와 정치학생에 대한 구제에 양식을 되찾는 듯한 동향을 보이고 있는 것도 필경 이러한 해토 작용이 주효한 탓이리라. 다만 당국이 그들 자신의 체면과 위신에 구애됐음인지 이 당연하면서도 환영받을 「무드」를 즉각 대대적으로 키울 생각을 못하고 구차스럽게 『오는 9월의 신학기부터』라는 단서를 붙이고 있는 것은 못내 유감 된 일로서 우리는 이 문제가 문교당국자와 학원 당국자들의 허심탄회한 설득과 이해로써 굳이 오는 9월을 기다리지 않고 즉각적으로 해결되기를 바라고자 한다.
한편 우리는 새 학기를 맞이한 학생제군들에게도 간곡한 충고를 주고싶다. 한국의 봄은 그 화창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학원주변과 그들이 사는 사회의 저류에 소용돌이를 일으키게 할 불안한 요소들을 많이 내포하고 있는 것이 숨김없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해마다 이 때 쯤 되면 계절병처럼 찾아드는 춘궁기와 노동쟁의의 물결이 지나가기로 마련이며, 그밖에도 이 나라의 정치·경제·문화·사회 등 모든 분야에 걸쳐 젊은 학도들의 정의감을 자극하는 여러 가지 변조가 일기 쉽다는 것은 우리가 자주 목도해 오던 터이다.
여기에 겹쳐서 등록금의 마련, 아직도 부실을 면치 못하는 각급 학교 교육에 대한 희망과 실망의 상극현상 등이 상승작용을 하였을 때, 젊은이들의 관심은 어느덧 현실 참여에 더욱 기울어지기 쉽다는 것도 충분히 이해 할만 한다.
그러나 이와 같은 문제에 직면하여 우리들의 젊은 학도들도 이제는 과거 수년의 경험에서 많은 것을 배웠어야 할 것이라고 믿고 싶다. 정의감이 강하고 혈기왕성한 그들이 학원과 그들의 생활주변에서 목도하는 현실적 불만과 모순을 단조로운 학구활동만으로써는 극복할 수 없다고 생각하여 흔히 거리로 뛰쳐나오고 싶은 충동에 사로잡히게 되리라는 것은 충분히 이해되는 일이지만, 이럴 때 일수록 우리는 그들에게 학도다운 이성과 진지한 학구적 노력의 가치를 고취하고자 한다.
이를 위하여 우리는 모든 교육자와 문교당국자 및 사회일반이 학생들의 자유로운 학내 활동을 보장해 주는데도 큰 이해와 협조를 아끼지 말아야한다고 강조하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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