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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지주의냐…인품주의냐…아니면 양산주의인가|세계대학 속의 우리 대학 위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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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우리나라에 대학 인구가 많다고들 한다. 문교부는 연례행사처럼 학년초만 되면 대학생 정원 조정에 골머리를 앓아왔지만 이 소리는 좀처럼 가시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 대학생 총수는 13만5천 여명, 전체 인구와의 비율을 보면 인구 2백6명마다 대학생 1명씩이 끼어있는 꼴이다. 이는 영국이 인구 4백25명당 대학생 1명인데 비하면 2배가 넘는 높은 비율이다. 이에 반해 영국의 연간 국민소득은 1천6백68「달러」로 우리나라가 80「달러」(64년도)인데 비하면 21배나 된다. 하기야 이것은 지난날 우리나라의 대학경영자중 대학에서 지나치게 영리를 추구한 나머지 학생을 무더기 입학시켜 놓고 주머니를 털어 낸 데도 원인이 있겠지만 대학의 대부분이 선진국에 비하면 비교도 안 되는 시설을 갖추고 있음을 볼 때 학생 수는 많아도 「알맹이 있는 교육」을 받기 힘들었다는 반증이 되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대학 졸업자의 취직률도 고작 35%(64학년도)밖에 안 되는 형편이다. 그러나 K대학의 C총장은 대학이 「엘리트」만을 양성하는 곳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그는 해방 후 대학졸업자가 20여만 명은 될 것이라고 추산하면서 이제는 면서기에 이르기까지 어지간한 직장엔 모두 대학 졸업자가 취업하게 되었고 이들은 사회에도 자로 잴 수 없지만 「보이지 않는 많은 공헌」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같은 현황은 우리나라 대학교육의 목적을 「엘리트」양성이나 학문을 위한 기관으로 주지주의(주지주의)적인데 두느냐 광범한 지도층 육성을 위한 인품주의적인데 두어야 하느냐는 문제와 함께 앞으로 검토를 요하지만 우선 우리나라와 외국과의 경제적 사회적 여건을 비교하면서 「세계 속의 한국대학생」을 찾아본다.

<학생 수 미국 으뜸>
「유네스코」조사로는(1958년 기준) 세계에서 가장 대학생이 많은 나라는 미국으로 총인구 1억7천4백6만명에 대학생은 2백96만9천9백5명으로 인구 58.6명당 대학생 1명 꼴이다. 그 밖의 나라 인구와 대학생 비율은 학생 1명에 「필리핀」이 1백44명, 일본이 1백42명, 「프랑스」가 2백5명, 한국이 2백6명, 영국이 4백25명이며 가장 적은 나라는 「타일랜드」로서 총인구 2천1백47만4천명에 대학생은 4만6천5백22명, 4백61대1이 되는 셈이다.
64년도의 여러 나라 국민소득을 보면 미국이 3천2백22「달러」로 「쿠웨이트」다음으로 2위, 3위는 「캐나다」의 2천2백84「달러」, 4위는 「스위스」의 2천2백14「달러」 5위는 「스웨덴」의 2천1백62「달러」이다. 일본은 24위로 7백25「달러」인데 우리나라는 80「달러」로 69위를 보이고 있다.
미국은 가장 부유한 나라이면서 대학생도 제일 많아 대학생수가 미국 경제 번영에 「바로미터」인양 보이지만 영국도 미국에 거의 못지 않은 경제적 번영을 누리면서도 대학생 비율이 우리나라 반도 못되는 것은 교육제도와 사회구조의 차이에서 오는 것이며 그 밖의 나라들도 모두 우리보다 높은 국민소득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우리보다 적거나 또는 비슷한 정도의 대학생을 가지고 있을 뿐이다. 여기에서 그 나라의 경제적 부강이 반드시 대학 또는 대학생 수효와 정비례해 오지는 않으며 교육에 대한 국가보조가 있는 나라와 없는 나라에 따라서도 대학생수의 차이가 나타나는 것임을 알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이런 현상도 각 국의 대학 적령인구 취학 비율에서도 볼 수 있다. 미국이 38,9%, 일본이 10.7%, 「프랑스」가 10.5%로 각각 우리나라의 6.3%보다 높은데 비해 영국의 5.6%, 서독 5.7%는 많은 적령 인구가 진학을 포기하고 일찌감치 산업전선으로 뛰어들고 있음을 엿보여주는 것은 위의 국고보조 유무와 사회구조의 차이에서 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와 같은 사실들은 현재 우리나라의 대학생 비율은 선진국에 비해 조금도 손색이 없는 것이며 대학을 줄여야한다는 사람도 이점에 근거를 두고 있다.

<공학 전공이 적어>
우리나라의 대학은 전공별 학계체제에 있어서도 외국과 많은 차이를 보인다. 외국의 경우와 비교해보면 인문계와 예술계의 비중이 지나치게 큰 반면 교육계가 약세를 보이고 자연과학계 공학계 농학계도 평균을 훨씬 넘고는 있다.
세계의 각 지역별 학계체제 구성비를 보면 「아프리카」는 인문계가 23.8, 자연과학 15.1, 사회과학 14.8, 교육 8.7, 법률 13, 농학·공학이 각6.5, 의학 5.9%씩, 북미지역은 법률 20.6, 의학 18.1, 인문 12.6, 교육 13.1, 공학 11, 농학 8.1, 예술 0.8%씩, 「유럽」은 인문 22.8%, 자연과학·공학이 각15.9, 사회과학 10.9, 법률 10.1, 교육 7.8, 의학·농학이 각4.6%씩, 「소비에트」연방이 공학 34, 교육 32, 예술 1, 농학 12, 의학 8, 법률 7, 사회과학 6%씩으로 되어있으며 지역별 평균을 보면 의학 17.3, 교육 15.7, 인문 14.6, 공학 12.9, 법률 11.9, 사회과학 10.7, 농학 5.6, 예술 2.5%씩이다. 이에 대해 우리나라 학계구성은 공학 15.4, 인문 20.2, 자연과학 14.2, 사회과학 12.2, 법률·의학이 각10.1, 농학 7.4, 예술 4.7%씩으로 되어있다.
우리나라의 학계체제가 외국에 비해 대체로 교육의학 부문에서 약세를 보이고 그밖에는 강세를 유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문교부는 우리나라가 경제발전을 제1목표로 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앞으로 1차 산업과 3차 산업은 상대적으로 감소될 것이므로 1차 산업에서는 특히 농학계, 3차 산업에서는 인문·예술·사회과학계를 억제, 교육사범계와 2차 산업분야의 학계를 늘릴 계획을 검토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학계체제의 불균형은 산업구조와 인력수요(인력수요)면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최근 집계에 의하면 대학졸업자의 산업별 취업 구성비는 1차 산업 14, 3차 산업83.5%씩 인데 산업별 학계구성비는 8대26대66으로 양자간에 심한 틈이 있다.
더욱이 선진지역인 「유럽」·미주지역, 소련 등 국가에서 2차 산업 부문인 자연과학, 공학계 학계가 많고 교육학계도 적지 않으나 예술계가 우리나라보다도 적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관심을 가질 만 하다.
우리나라의 대학은 시설 면에서 선진국에 비교도 안될 만큼 뒤떨어져 있다. 그중 교수 1명당 학생 수를 보아도 외국과 비교가 안 된다.

<너무 적은 교수>
미국에서 가장 큰 대학은 「캘리포니아」대학으로 학생 수 4만3천4백78명에 3천5백40명의 교수가 있어 교수1명당 평균12명의 학생이 따르고 있다. 그러나 「하버드」대학 같은 곳은 교수 1명(3,042명)에 학생 약 4명(11,038명)이다.
미국의 경우 이름 있는 대학은 대부분 교수1명이 학생10명을 넘지 않게 맡는 폭이 되어 착실한 교습을 할 수 있게 되어있다. 영국도 비슷하다. 「옥스퍼드」가 교수 9백70명에 학생9천명, 「버밍엄」대학은 교수 7백38명에 학생 5천명, 「케임브리지」는 교수 6백20명에 학생1만 명씩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국립대학의 경우 대부분이 법정교수정원의 25%내외밖에 교수를 확보하고 있지 못하는 형편. 서울대학의 법정교수가 2천6백35명인데 현 원은 6백63명으로 25.1%밖에 교수가 차 있지 않은 격이며 이는 교수1명당 학생 1백70여명이 달리게된다. 더욱이 일부 사립대학은 재정난 등을 이유로 교수를 적게 채용, 이보다 더한 현상이 있기도 하다.

<힘에 겨운 공납금>
그러나 공납금은 우리나라 대학이 대체로 싼 편이다.(물론 국민소득 등을 참조할 때는 꼭 그런 것도 아니지만…) 최근 공납금 인상으로 학교와 학생측간에 분규가 계속되고 있는 일본의 와세다대학의 연간 공납금(65학년도)은 24만1천원(한화16만8천7백원) 경응대학 의과는 48만3천8백50원(한화 32만8천6백95원)이나 된다. 다만 동경대가 1만3천6백원(한화 9천4백50원)으로 좀 싸다. 미국의 경우 학교에 따라 차이가 심하나 65년「케네디」연두교서에 의하면 연1천6백50「달러」로서 순 공납금만은 평균1천「달러」(한화 25만원)나된다. 대학별로는 「하버드」가 8백, 「플로리다」가 5백∼1천2백, 「콜럼비아」가 1천2백, 「프린스턴」이 1천4백50「달러」등이다.
공납금은 서독이 싼 편으로 연간 평균4백∼5백「마르크」(한화 2만5천원∼3만1천원)밖에 안 된다. 독일에서는 정부에서 사립대학에 많은 보조를 하고있는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평균연간 공납금은 3만여원 한도액을 철폐했지만 덮어놓고 올려 받을 수 없는 것은 우리네 어려운 경제실정 상 어쩔 수 없다.

<힘쓸 엘리트양성>
우리나라에 대학이 많다고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대학이 「엘리트」양성기관이라는 「영국식 교육론 적」이 전제가 된 말이다. 대학이 인품주의 적 교육목적을 갖고 광범한 사회지도층을 양성하는 사회지도층을 양성하는 곳이라는 미국식고려를 따르면 우리나라 대학은 많은 편이 못된다. 다만 우리의 생활형편과 산업구조 등을 생각해서 특히 정부의 사학육성 방안 등 대학 교육 정책의 근본적인 재검토는 꼭 있어야 될 것이다. <형·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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