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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집에 총 있어요 … 미, 지도 공개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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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미 뉴욕주 웨스트체스터의 ‘총기 지도’. 이름과 주소 일부는 본지가 모자이크 처리했다.

총을 가진 이웃을 클릭 한 번으로 알 수 있는 총기 지도가 미국에서 등장했다. 코네티컷주 뉴타운 샌디 훅 초등학교 총기 난사로 총기 규제 논란이 거세지고 있긴 하지만 이 지도는 합법적인 총기 소지자의 신상을 공개한 것이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뉴욕주 지역 일간지 ‘저널뉴스’는 23일(현지시간) 발행 지역 총기 소지 허가자의 이름과 주소를 표시한 지도를 인터넷에 공개했다. 구글 지도에 붉고 푸른 점으로 표시된 총기 소지 허가자의 위치를 클릭하면 이름과 주소가 말풍선 속에 표시된다. 저널뉴스는 현재 웨스트체스터·록랜드 카운티의 ‘총기 지도’를 공개했고, 곧 포트넘 카운티의 지도도 제공할 예정이다.

세 카운티에 4만4000명, 23명당 한 명꼴인 총기 소지 허가자가 누구이고 어디에 사는지 바로 알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총을 가진 옆집 사람:이웃집 총기에 대해 당신이 모르는 것’이란 제목의 기사와 함께 총기 소지자 지도가 게재되자 반발이 거셌다. 합법적으로 총기 소지를 허가받은 사람에게 ‘주홍글씨’를 붙인다는 것이다. “이건 미친 짓이다. 성폭행범에게 하는 신상 공개를 합법적인 총기 소지자를 상대로 했다. 집 앞에 총 갖고 있다고 깃발이라도 세우란 말이냐” “저널뉴스 기자와 가족들을 표시한 지도를 만드는 건 어떠냐” 등 비난 댓글이 이 신문의 홈페이지에 쏟아졌다. 불법으로 총기를 소유한 범죄자가 아니라 합법적인 총기 소유자를 밝히는 것은 인권 침해일 뿐이며 범죄 예방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코네티컷 총기난사 사건의 범인 애덤 랜자(20)가 쓴 총기 네 자루도 모두 어머니가 합법적으로 구입해 등록까지 마친 것이었다.

 지도가 총기 소지 허가를 갖고 있는 전·현직 경찰관, 연방수사국(FBI) 요원 등의 주소까지 공개해 이들의 신변에 위험을 끼칠 수 있고, 총기 수집가의 주소를 범죄자에게 알려주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지적도 나왔다.

 저널뉴스는 “정보 공개 청구를 통해 각 카운티로부터 총기 소지 허가자에 대한 정보를 입수했다 ” 며 지도 공개에 문제가 없다는 주장을 폈다. 저널뉴스 측은 A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우리 독자들은 코네티컷 사건 이후 총기 규제와 이웃의 총기 소지에 매우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며 “총기 소지 허가자들이 소유한 총기의 숫자와 종류 등도 보도하고 싶었지만 각 카운티가 ‘그 내용은 공공 기록이라 볼 수 없다’며 공개를 거절했다”고 밝혔다.저널뉴스의 총기 지도는 권총 소지 허가자만 표시했다. 권총이 아닌 소총과 엽총은 당국의 허가 없이 구입·소지할 수 있어 기록이 따로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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