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문재인 의원직 사퇴 ‘뜨거운 감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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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통합당 문재인 전 대통령 후보의 의원직 사퇴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24일 당 의원총회에서 비주류 진영 일부 의원이 이를 공론화하면서다.

 당내 노무현계를 제외한 비주류·중도 진영 의원들은 “문 전 후보가 패배 책임을 지는 차원에서 의원직을 내놓는 게 순리”라는 입장이다. 서울의 한 재선 의원은 25일 “국민의 60%가 정권교체를 바랐는데도 대선에서 졌다”며 “의원직 사퇴는 당연한 수순”이라고 했다.

 24일 의원총회·당무위원회 연석회의에서도 이런 기류가 적잖았다. 노웅래 의원은 “대선 패배에 민주당이 응답해야 한다. 문 전 후보가 의원직을 사퇴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록 의원도 “선거 패배에 대해 책임을 지는 것은 국민의 요구”라고 했다고 한다.

 노 의원은 전화 통화에서 “(문 전 후보의 의원직 사퇴를 포함해) 민주당 전체 의원들이 국민의 재신임을 받아야 한다는 취지에서 한 말”이라며 “누가 뭐라든 내 생각엔 변함없다”고 했다.

 이런 요구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대선 직전에도 있었다. 그러나 당시엔 대선 승리를 위한 ‘승부수’ 차원이었다.

김덕룡 민화협 상임의장, 정대철 민주당 상임고문 등이 포함된 원로 17인회 인사들은 대선 직전 문 전 후보를 만나 “의원직 사퇴, 노무현계 참모그룹의 임명직 포기선언을 하면 역전 승세를 굳힐 수 있다”고 조언했다고 한다. 문 전 후보는 그러나 확답을 안 했다고 한다. 17인회의 한 원로인사는 “문 전 후보가 역전승을 확신한 나머지 ‘굳이 그럴 필요 있느냐’는 생각을 하는 것 같았다”고 전했다. 문 전 후보는 대선 직전 기자회견에서도 의원직 사퇴에 관한 질문에 "지역 주민과의 약속이다”라며 거절했다.

 노무현계는 부글부글 끓고 있다. “어렵게 마련한 부산 교두보(문 전 후보의 부산 사상 지역구)마저 내주자는 얘기냐”며 맞서고 있다.

 한 친노 인사는 “지금 문 전 후보가 기득권을 지키겠다고 의원직을 사퇴하지 않는 것이겠느냐”며 “지금 부산 사상을 내놓으면 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이 가져갈 게 뻔하다. 경남지사 재판이 돼선 안 된다”고 반박했다. 김두관 전 경남지사가 대선 출마를 위해 지사직을 던졌다가 이번에 홍준표 지사의 당선으로 새누리당 수중에 넘어간 걸 가리키는 말이다.

 인터넷에서는 문 전 후보의 의원직 사퇴를 주장하는 비주류 의원들을 겨냥해 낙선 서명운동도 시작됐다. ‘김수한무’라는 ID를 쓰는 한 네티즌은 24일 인터넷 포털 다음 아고라 게시판에 청원을 띄워 “문 전 후보 때문에 (민주당은) 1470만 표나 얻을 수 있었던 것”이라며 “당신들이나 책임져라”고 반발했다.

 이런 가운데 문 전 후보는 24일 트위터에 글을 올려 “낮에 대운산 등산 갔습니다. 참으로 오랜만의 자유였고 명상의 시간이었습니다”며 “양산 덕계성당 성탄 밤미사 다녀왔습니다. 작년 성탄밤 미사 후 정경을 올린 게 저의 첫 트윗이었습니다. 딱 일 년 만에 돌아온 제 자리인 셈입니다”고 근황을 전했다.

지난 주말부터 경남 양산 자택에 머물고 있는 문 전 후보는 24일 의원총회에 불참했었다.

양원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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