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동제품 수익금, 사랑의 연탄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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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이경순

“그동안은 남을 못 믿겠어서 이웃돕기도 직접 했어요.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찾아다니며 연탄 배달해 주고, 병원비 대주고 그랬죠. 그런데 봉사 규모가 점점 커지니까 돈 쓰는데 너무 많은 인력·비용이 들어가네요. 올 겨울부터는 대한적십자사를 통해 이웃을 도우려고 합니다.”

 패션 브랜드 누브티스 이경순(55) 대표는 최근 대한적십자사와 기부 협약을 맺었다. 내의, 무릎담요, 넥 워머, 장갑, 방한점퍼, 골프공 파우치 등 월동 제품 판매 수익을 전액 대한적십자사에 기부, 어려운 이웃에게 연탄을 전하는 데 사용할 계획이다.

 이 대표는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태극과 팔괘를 응용한 ‘히딩크 넥타이’로 유명해진 디자이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외교통상부 장관 시절 맸던 ‘독도 넥타이’,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 원단 등도 그의 아이디어에서 나왔다.

 최근 그의 최대 관심사는 환경이다. 올 겨울 출시된 누브티스 제품 상당수가 방한용품인 이유다. 이 대표는 “전 국민이 내복을 입고 실내온도를 섭씨 3도 낮추면 난방에너지를 20%나 절감할 수 있다”며 “실내온도 20도라는 정부 시책을 따르는 데 도움이 될 다양한 제품을 개발했다”고 말했다. 미국 필라델피아 텍스타일 과학대에서 섬유공학을 공부한 그의 전공도 친환경 월동제품을 개발하는 데 도움이 됐다. 누브티스의 내의는 식물성 천연 소재인 ‘텐셀’을 사용해 만들었다. “원단이 몸의 수증기를 흡수해 열을 스스로 발산하는 기능을 갖고 있 다”는 게 이 대표의 설명이다.

현재 롯데백화점 본점과 잠실점, ‘골프존’ 매장 등에서 판매 중인 누브티스의 제품은 100% 국내 생산이다.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다. “극세사 담요 하나 만드는 공임이 중국에선 800원이지만, 국내에선 2000원씩이에요. 현재 서울 창신동 일대 봉제기술자 69명에게 일거리를 나눠줬지요. 포장 작업엔 대학생 아르바이트생 80명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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