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촉새' 싫어해" 인사 발표 20분 전에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3면

박근혜 제18대 대통령 당선인이 18대 국회 때인 2011년 9월 27일 국회 기획재정위의 한국은행 국감장에서 옆자리의 유일호 당선인 비서실장과 대화하고 있다. [중앙포토]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첫 인선은 모든 이의 예상을 깬 ‘깜짝인사’였다. 유일호 당선인 비서실장을 포함해 윤창중 당선인 수석대변인은 그동안 한번도 언론의 하마평에 거론되지 않은 인사들이다. 그만큼 ‘보안, 보안, 보안’ 속에 인선이 이뤄진 까닭이다.

 당선인 비서실장인 유 의원은 신익희 전 국회의장의 비서 출신인 야당 원로 유치송(2006년 작고) 전 민주한국당 총재의 외아들이다. 아버지 박정희 대통령의 재임 시절 반대편인 신민당 사무총장을 역임한 야당 지도자의 아들을 32년 뒤 대통령에 당선돼 자신의 비서실장에 기용한 것이다.

 유일호 의원의 비서실장 기용에 대해선 이날 인사를 발표한 이정현 최고위원조차 “발표 20분 전인 오후 5시40분 당선인으로부터 처음 명단을 받았다. 나도 전혀 몰랐다”고 했을 정도였다. 연락을 급하게 받은 것은 인사 대상자들도 마찬가지였다. 유 실장은 "오늘 발표가 없을 줄 알고 식구들과 저녁을 먹으려 했는데 갑자기 연락을 받았다”며 "크리스마스 이브라 비서를 퇴근시켜서 강남에서 여의도 당사까지 직접 차를 몰고 왔다”고 말했다. 윤창중 수석대변인도 이날 자신의 블로그에 "오늘 칼럼 쉬려고 합니다. 새로운 구상을 위해서입니다”라고 썼다가 오후 6시57분에 올린 글에서 수석대변인 임명 사실을 알렸다.

 발표 전 사전에 인사내용이 새나가는 것을 ‘사고’로 여기는 박근혜 당선인의 인사 스타일이 이번에도 반영된 셈이다. 박 당선인은 지난해 말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 때 비대위원 인선이 하루 전에 보도되자 “촉새가 나불거려서…”라며 언짢아했다. 4·11 총선 때는 공천위원회에서의 심사 과정이 보도되자 공천위원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유출 경위를 추궁했다고도 한다. 보안을 중시하는 자신의 스타일에 대해선 기자들에게 “한 군데 특종을 하는 거보다 모두 낙종하는 게 낫지 않으냐”고 농담을 한 적도 있다.

 박 당선인은 18대 국회 전반기 보건복지위원회, 후반기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유 실장을 눈여겨봤다고 한다. 2010~2012년 기획재정위에선 2년간 옆자리에 앉았다. 기획재정위에서 경제전문가인 유 실장을 곁에서 관찰하면서 일찌감치 점찍어 놓고 있었던 것이다. 같은 기획재정위 소속이었던 나성린 의원은 “유 실장이 인품이 원만해 박근혜계 의원들과도 평소 관계가 좋았고, 조세연구원장 출신답게 당 정책위 조세·복지정책 태스크포스(TF)에서 활약해 왔기 때문에 당선인이 유 실장의 실무 정책능력을 잘 알고 기용한 것 같다”고 해석했다.

 ‘보수 칼럼니스트’인 윤창중 수석 대변인의 경우도 깜짝발탁은 마찬가지다. 그는 평소 이명박계·박근혜계를 가리지 않고 새누리당의 계파 싸움에 대해 당 인사들이 불편할 정도로 비판을 해왔다. 박 당선인의 한 측근은 “당선인은 평소 자신에 대해 강하게 비판하더라도 귀 기울일 점이 있으면 줄을 쳐가며 신문 칼럼을 읽어 왔다”며 “당선인이 평소 관심을 가져온 칼럼니스트 중 한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인사를 지켜본 당 핵심 관계자는 “앞으로 인수위원장 등 인수위 인선과 초대 국무총리 등 정부 조각, 대통령 비서실장을 포함한 청와대 보좌진 인선도 보안이 지켜질 가능성이 크다”며 “인사 대상 풀(pool)도 예상보다 더 커질 것 같다”고 예측했다. 다른 관계자는 “ 당선인이 비서실장에 지역구 의원을 기용했기 때문에 대통령 비서실장은 다른 인사가 올 것 같다”며 “당선인 스타일상 자신의 비서실장 때문에 보궐선거를 하도록 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 실장도 “(당선인에게서) 당선인 비서실장으로만 말씀을 들었다. 저는 지역구 의원 아니냐”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