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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티 정치론 외연 넓히기 한계 … 대안 정당 돼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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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대안(alternative)보다는 반대(opponent). 전문가들은 민주당이 대안정당이 아니라 반대정당 역할에 그친 것을 가장 큰 패인으로 꼽고 있다. 야권이 한 번도 얻어보지 못한 1469만 표를 받았는데도 실패한 것은 ‘안티(anti) 정치’가 결국 반(反)민주당 정서를 증폭시켰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은 “야당이 집권하면 보통사람들의 삶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선명하게 보여주지 못했다”며 “새누리당이 민주당 쪽 의제인 경제민주화나 복지국가의 담론을 받아들이면서 쟁점을 없애는 선거를 했는데 ‘대안정당’으로 비춰지는 데 실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야권이 채우지 못한 ‘대안’의 자리를 대신한 게 ‘안티 담론’이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유포한 나꼼수(인터넷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나 1차 TV토론에서 “박근혜 후보를 떨어뜨리려고 나왔다”고 말한 이정희 통합진보당 전 후보는 젊은 층과 야권 지지층이 정치와 대선판에 관심을 갖도록 하는 역할을 했지만 반대 진영에게는 반감을 샀다.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는 대선 직후 트위터에 “유권자들이 가장 많이 꼽은 보수표심 결집 이유는 이정희 후보의 TV토론 태도였다”고 썼다. 박상훈 후마니타스 대표는 “민주주의는 공적 토론(public discussion)의 체계인데 나꼼수의 경우 상대를 민주적 경쟁의 상대로 인정하기보다는 조롱하고 경멸하는 방식으로 대화를 전개하면서 점점 반감을 샀다”며 “초반에는 공적 토론을 활성화하는 효과가 있었으나 갈수록 시민적 정중함·예의의 경계선을 넘는 일들이 있었다”고 비판했다. 박 대표는 “이번 선거를 보수와 진보의 경쟁으로 보는 것 자체가 무리”라며 “경제민주화, 분배, 인권 등 여야 모두가 내세운 진보적 의제를 더 잘할 수 있는 쪽을 (보수층은) 보수라고 봤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대호 사회디자인연구소장은 “이러한 일종의 안티 정치, 증오와 분노에 기초한 정치를 낳은 것은 민주당의 70~80년대 운동권 정서”라며 “우리는 소악(小惡)이지만 분명한 지향점과 정체성이 있으니까 우리끼리 단결하면 거악(巨惡)을 이길 수 있다는 게 그런 논리”라고 말했다. 윤종빈 명지대 교수는 “때로는 외부 지지자들과 내부 다른 세력의 비판을 감수하더라도 스스로를 비판하고 다시 비판하면서 대안을 만들어야 하는데 민주당은 그런 노력을 하지 않았다”며 “안티 정치가 민주당의 외연 확장에 한계를 지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류정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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