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칼럼] 스펙 아닌 나만의 스토리를 만들어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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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광식
도하초등학교 교사

대졸 자녀를 둔 부모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현대판 아고(餓苦)인 자녀의 취업 고(苦) 문제로 가정에 웃음이 사라 진지 오래다. 20대 고용률이 57%로 43개월 만에 최저치라고 한다. 특히 대졸자들이 몰려 있는 25~29세 체감 실업률은 20%가 넘는다는 얘기도 있다. 바늘 구멍이 되고 있는 취업의 문턱을 넘기 위해 남다른 경력, 남보다 튀는 이력이 요구되면서 20대들이 ’스펙 쌓기 경쟁’에 내몰리고 있다. 청년들이 취업 스펙을 쌓는데 투입하는 비용은 1인당 평균 4269만원이라고 한다. 외국연수 한 번은 기본이다.

아무리 글로벌 경쟁력이 중요하다고 하지만 부서에 따라 하는 일이 다 다를텐데 모든 취업 준비생들의 입사지원서에 영어성적, 외국어학연수 경험, 등 각종 스펙을 요구하는 기업들의 행태가 스펙 쌓기 경쟁을 부추기고 있다. 부모의 등골을 휘게 하고 젊은이들의 창의성과 열정을 말살하는 대기업들의 스펙 검증을 요구하는 입사지원서 양식행태는 고쳐져야 한다. 업무에 열정적이고 창의적이며 도전정신을 갖춘 로열티 있는 인재는 스펙에서 찾아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은 이미 상식이 된지 오래다. 오히려 이런 스펙을 갖춘 이들은 취업을 위해 들인 본전 생각에 조기 퇴사나 잦은 전직이 많다고 한다. 결국에는 기업의 경쟁력에도 해가 되고 있는 것이다. 과감히 지원서 양식부터 변화가 있어야 한다.

[일러스트=박향미]

  일전에 우연히 TV채널을 돌리다가 한 젊은이의 강연에 빠져들었다. 강연을 하는 이준석이라는 젊은이는 이미 2012년 오늘, 대한민국 유명인사 중의 한 사람이 돼있지만 그의 이야기를 직접 듣는 것은 처음이었다. 그 젊은이가 들려주는 자신의 성공담은 ‘스펙이 아닌 자신만의 스토리를 중시’하라는 이야기였다.

  “서울대에는 합격하지 못해도 하버드에는 합격할 수 있다”는 그 젊은이의 말은 바꿔 이야기하면 국내기업에는 취업하지 못해도 글로벌 세계기업에는 취업할 수 있다는 말일 것이다. 스펙이 아닌 스토리에 승부를 걸라는 그의 조언은 한치 앞이 안 보이는 시계 제로인 우리의 젊은이들에게 낯선 이야기로 들릴지 모르겠다. 그러나 취업 준비생 자녀를 둔 필자도 백수세대, 88세대라 지칭되는 20대들의 답은 스토리에 있다고 믿는다. 우선 당장 급하다고 부화뇌동하지 말고 좀 더 차분하게 자신만의 이야기를 엮어가게 될 때 취업이든 창업이든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능력주의 사회를 선도하는 엘리트가 되기 위해서는 무언가 남다른 나만의 스토리가 있어야 한다. 그것이 바로 독창이고 창의성이라고 말하는 것이리라. 남과 다른 나만의 독창적인 매력, 이것을 갖추는 것이 세상사람 모두가 쫓는 스펙 쌓기보다 우월한 능력이 된다. 젊은이의 무모한 열정, 독창적인 창의력, 비판 정신 등을 고양할 수 있는 취업 대책을 세우는 데 다 같이 고민해봐야 한다.

권광식 도하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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