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완화서 BK강화로|월남 증파는 굳어지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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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염열의 「정글」에서 파월 장병이 치르는 값비싼 희생이 경제적으로 평가되고 보상될 수는 없다.
한때는 우리도 겪었던 위기의 상황에 처한 우방을 돕고 이를 구한다는 「반공」의 명분을 그들은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손에 흙을 묻히지 않고」 월남 전쟁에서 이득을 얻는 제3국도 있을 바엔 우리라고 가능한 경제적 실리의 「찬스」마저 봉쇄 당해야할 이유는 없다.
그런데도 이에 대한 정부의 주장은 지금까지 미국 정부에 의해 줄곧 외면되었고 증파 계획을 매듭지은 「험프리」 부통령의 두번째 내한에서도 이 문제를 뒷받침할 명백한 보장은 없는 것 같다.
그러나 공식적으로 밝혀진 것은 아니지만 23일의 한·미 고위 회담에서 「험프리」 부통령은 5천만불의 특별 원조와 지정 한국 상품 구매에 대한 특혜 조치를 약속했다는 시사가 있으며 이것은 증파의 선행 조건으로 내세워진 경제적 요구 조건이 어느 정도 받아들여졌다는 것을 뜻하는 것 같다.
그럼 도대체 정부는 증파의 선행 조건으로 무엇을 제시했으며 그 핵심을 이루어온 BA 정책 완화가 무엇을 뜻하고 이것이 가져올 경제적 실리는 어떤 깃이며 또 그 전망은?
증파를 전제로 정부가 고집한 선행 조건은 특별 원조 및 군원 이관을 제외한다면 경제적으로는 월남용 물자의 대한 구매 증가 문제로 집약된다.
말하자면 전쟁이 학대되면서 월남으로 쏟아져드는 물량은 엄청나게 늘어났고 여기서 조성된 이른바 「특수 붐」에 편승, 우리도 가능한 물자들을 최대한으로 수출해보자는 것이 정부의 기본적인 구상이었다.
미국의 대월 경원은 65년 하반기에만 7천5백만불에 달했고 군원은 확전에 비례하여 기하급수로 팽창되고 있다.
그런데 정부 보유 「달러」 수입은 지금까지 한·월 두 나라 정부간에 펼쳐진 일연의 협의를 통해 상당히 유리한 지반을 확보했지만 거기서 우리가 차지할 수 있는 몫은 한정되어있다.
정부가 방대한 규모의 군·경원 자금에 관심을 쏟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러나 이 자금 사용의 주도권은 미국에 있으며 또 BA정책이 적용되기 때문에 그 다음에는 많은 제약 조건이 뒤따른다. 대미 선행 조건 교섭에서 BA 정책 완화에 역점이 놓여진 것도 이것 때문-.
완화 요청의 내용은 미선 사용 비율을 50대 50, 원자재 사용 비율을 70대 30 정도로 하고 품목 제한도 대폭 철폐하라는 것.
65년도의 대월 수출 실적은 1천6백28만불로 전체 수출액의 10%미만이며 군납도 고작 4백40만불 정도. 그나마 금년에는 일선 수출 목표액을 2천5백만불로 늘렸으나 BA정책 탓에 전망은 어둡다. 작년도 수출액 중 1천만불로 대종을 차지했던 철강재는 원자재 사용 비율 제한이 철폐되기는 했으나 수출 대전의 사용 제한이 새로이 설정되어 전기 기기·「타이어」등에 대한 제한은 여전하며 미선 사용문 제도 선적시에 미선이 없다는 「유솜」의 승인을 조건으로 기타국 선박 사용이 가능하도록 약간 완화되었을 뿐.
미국 정부가 이를 완화하려면 의회의 동의가 필요하며 의회와 행정부는 다같이 국내 생산자들의 반발과 압력에 부딪치게 된다. 이것마저 무사하면서 미국이 「완화의 단촌」을 내리리라고 기대할 수는 없으며 실제로 미 당국자에 의해서도 이미 이것은 시사 된지 오래다.
뿐만 아니라 설사 완화가 된다해도 그 혜택은 기타 국가에까지 주어지는 것이며 따라서 우리가 제삼국과 경쟁을 해야 한다는 난관은 여전히 남는다.
가령 「타이어」가 세계 지역 구매로 전파된다면 일본이 오히려 유력한 수출국으로 등장할 수도 있다.
이점, 1백65만「달러」에 달하는 지난번의 전투복 군납이 미군 구매처의 각별한 배려에서가 아니고 우리 업자가 「덤핑」한 결과라는 것은 참고로 삼아야 할 일.
그래도 「탈출구」는 있다. BK (바이·코리아) 정책이다. BA규정을 포함하는 일체의 완화조치가 한국 상품 구매에 중점을 두는 것이다. 우선 우리가 제삼국과 견주어 유리한 조건을 갖춘 상품을 사전에 「체크」하고 그 가운데서 BA규정에 저촉되는 부분을 완화하는 방법이 있기는 하나 BA규정을 완화하는 것 자체가 앞서 적은 것과 같이 어렵기 때문에 여기에도 큰 기대를 걸 수는 없다.
그러나 월남 전쟁의 확대로 급격히 늘어난 물자 수요로 인해 미국 안의 생산 능력이 한계에 다다른 품목 및 BA정책이 적용되지 않은 대외 조달 품목의 집중적인 대한 구매의 길이 있다.
집중적인 대한 구매는 국제 입찰을 하되 정보를 사전에 제공하는 방법으로 실현될 수도 있고 참전국에 주어지는 특혜 조치로서 고려될 수도 있는 문제.
「험프리」 부통령이 약속했다고 전해진 2백개 한국 상품 구매에 대한 특혜 조치는 이것을 뜻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BA정책 완화에 치중했던 대미 교섭의 내용이 상당히 변질되었다는 관계 당국자의 말도 그러고 보면 새겨 들어야할 중대한 시준인 셈.
2백개 품목의 내용은 아직 공표 되지 않았으나 대체로 지난번에 미군 구매처가 한국의 공급 능력을 조사한 섬유 제품 등 10개 품목을 규격 및 등급별로 세분했다는 얘기.
이렇게 따지면 결국 증파의 선행 조건으로 우리가 요구하고 미측이 받아들인 대한 구매 증가가 금액으로 따져 연간 5천만「달러」내외에 달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것도 「약속」이나 「고려」일뿐 명백한 실천의 보장은 없다. 1억「달러」 수출을 장담했던 경제 각료들의 호언이 얼마나 가공적이었던가를 알 수가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아쉬운 건 우리의 생산 능력과 업계의 수출 태세-.
가만히 앉아서도 수천만 「달러」의 무기·중장비 등을 발주 받는 이웃 일본을 부러워하기에 앞서 우리 스스로가 가격·품질과 공급 능력에서 시장 개척 교섭에 이르기까지 수출하기 위한 자세를 가다듬어야한다. <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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