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 사각지대 디자인으로 예방한다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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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구임대아파트가 밀집돼 있는 강서구 가양동의 공진중학교. 쉬는 시간에 '꿈의 무대(dream stage)'에서 싸이의 ‘강남스타일’에 맞춰 여중생들이 말춤을 추고 있다. 또 암벽장을 조성한 곳이나, 샌드백이 설치된 ‘스트레스 존’에는 아이들이 줄지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음습한 학교의 사각지대가 아이들이 뛰어 노는 장소로 탈바꿈했다. 이곳은 예전에 cctv가 설치돼 있을 만큼 외진 곳이었지만, 이제 그 카메라들은 현관 앞에서 아이들이 놀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게 비춰주고 있다.

“어두운 집 앞에서 불량해 보이는 애들이 와서 담배를 피우고 시끄럽게 떠들어도 무서워서 한 마디 말도 못했어요. 그런데 지난 10월부터 밝은 그림들로 벽면이 그려지고 환한 가로등과 CCTV가 생기니까 그런 애들의 발길이 뚝 끊겨졌어요.”
마포구 염리동에서 40년 동안 살아 온 김사시기(71세)할머니의 말이다.

디자인으로 범죄를 예방한다는 서울시 범죄예방프로젝트사업이 주민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홍성택 염리동 주민자치위원장은 “인근의 한서초등학교 아이들이 디자인한 그림들을 30여 가구의 주민들이 직접 벽에 그렸습니다. 운동을 할 만한 놀이터나 공원도 없고 인적이 드물었던 골목길 1.7km가 아름답게 디자인 돼 산책할 수 있는 소금길로 바뀌었습니다”라고 자랑한다.

소금길이라는 이름은 예전에 이 일대에 소금장수들이 많이 살아서 유래된 이름이다.
소금길로 지정된 1.7km구간은 시가 주민들을 대상으로 범죄에 대한 불안감을 느끼는 장소를 ‘범죄공포지도’로 정하고 그곳의 사각지대를 연결한 것이다. 운동코스와 디자인 된 벽면은 디자이너와 운동트레이너가 일일이 골목길을 걸어서 맞춤형으로 개발했다.

또 주민들의 안전을 위해 눈에 띄는 노란 대문에 비상벨을 설치한 ‘소금지킴이집’ 6가구를 지정했다. 24시간 초소기능을 하는 ‘소금나루’는 내년 1월에 완공될 예정이다.

서울시 디자인정책과 권은선 주무관은 “디자인으로 범죄예방을 시도하는 셉테드(CEPTED· Crime prevention through environmental design)사업은 절도와 폭력에 취약한 공간을 사람들이 즐겨 찾는 곳으로 변화시켰다.”며 “내년에는 지역 1곳과 공원 3곳을 시범사업으로 실시하고, 학교 1곳을 컨설팅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글, 영상=봉필성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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