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벗삼는 핀란드인처럼 … 국민에게 여유 드리고 싶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06면

김경규 이사는 “핀란드와 자연스럽게 교류해 한국과 세정의 좋은 이미지를 그들에게 새기고, 그들의 장점과 대자연을 다시 옷에 담는 선순환을 만드는 기업으로 남고 싶다”며 활짝 웃는다.

착한 일을 하면 오늘 밤 산타 할아버지가 찾아와 선물을 놓고 가신다. 산타 할아버지는 어디에서 오시는 걸까.

 핀란드에는 산타 할아버지가 모여 사는 산타클로스 마을이 있다. 1927년 북극 지방에 순록의 먹이가 부족해지자 핀란드로 이주한 것. 피버그린 김경규 전략기획본부 이사는 “핀란드는 지리적으로 우리와 멀리 떨어져 있지만 이렇게 우리와 가까이 있었다”고 말한다.

 피버그린의 모티브는 이 머나먼 북쪽에서 시작됐다. 문양 및 디자인 뿐 아니라 옷 자체에 핀란드의 모든 것을 깊이 반영하고자 했다. 지난 9월 핀란드 라이프 스타일 아웃도어 브랜드 피버그린을 런칭한 김 이사와 피버그린 사업부 사람들이 핀란드에서 얻어온 다양한 영감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 북유럽 여러 나라 중 ‘핀란드’다.

 “핀란드는 ‘자연의 나라’다. 사람들은 순수하고 우직하다. 현지 투어를 하면서 느낀 점은 우리나라와 비슷한 점이 많다는 것이다. 약소국이었고, 어려운 역사를 딛고 일어섰다. 핀란드 사람들은 정이 많다. ‘정’하면 우리민족 아닌가. 유라시아 대륙의 동쪽 끝에 있다는 점도 묘한 동질감을 일으킨다. 또 세정의 경영이념과도 상통한다. 패션회사임에도 회장님은 옷을 ‘만든다’고 하지 않고 ‘짓는다’고 하신다. 미묘한 차이가 있다.(웃음) 이런 점 때문에 핀란드가 친근하다. 때문에 ‘branding’(브랜드명 부여 작업)의 기본 전략은 핀란드의 감성을 기본에 두는 것이었다. 한국에서 보는 핀란드의 관점 외에 핀란드인이 보는 ‘피버그린’도 고려했다. ‘이 브랜드가 우리의 ‘origin’(기원)을 가져왔는데 어색하지 않구나’라고 느끼게 하는 것이다. 외국인이 한글 철자 틀리면 웃기기도 하고 어이없기도 한 것처럼 어설프고 싶지 않았다. 그 문화를 브랜드에 스며들게 하는 것이 목적이다. 벌써 바로 연락할 수 있는 핀란드인 친구가 몇 명 있다. 출발이 좋다.”

 - 핀란드는 ‘트레킹’이 생활화됐다.

 “우리는 트레킹이라고 하면 주변을 돌아서 걷는다. 핀란드인들은 그냥 숲 한가운데를 관통한다. 주위 신경을 안 쓴다는 뜻이다. 어떤 이들은 맨발로 하루종일 걷기도 한다. 집 안에서도 맨발로 다니고 마트도 맨발로 간다. 삶 자체가 자연친화적이라 가능한 것 같다. 우리의 바쁜 일상과 비교하면 부러운 부분이기도 하다. 우리 회사의 ‘mission statement’(강령)는 ‘Beautiful Change in Life’(삶에 있어 아름다운 변화)다. 이 변화는 우리나라 삶의 방식을 여유롭게 바꾸는 것도 포함된다. 균형 잡히고 안정적인 삶을 영위하는 것이다. 가족·친구·연인과 평화로운 시간을 보내는 핀란드인처럼 우리 국민들에게도 그런 여유를 드리고 싶다.”

 - 핀란드만의 디자인이 있나.

 “북극에 가까운 곳이라 여름에는 백야, 겨울에는 긴 밤이 이어지는 곳이다. 지난 번 방문했을 때 하루 종일 태양이 내리쬐는 모습이 신기했다. 가정집을 방문했더니 등을 켜도 불이 들어오지 않았다. 백야라 등 켤 일이 없다고 그냥 산단다. 주변 환경이 삶에 그대로 녹아든 곳이다. 무수한 호수, 자작나무 숲에서 얻은 대자연의 시각적 이미지와 핀란드 국기와 순록의 문장, 무민 등 다양한 캐릭터들을 배워왔다. 무엇보다 트레킹을 통해 얻은 촉각과 자작나무와 사우나 방향제에서 얻은 냄새들, 물소리와 바람소리에서 얻은 청각적 이미지도 큰 성과다. 자일리톨, 꼬쉬겐꼬르바(핀란드 보드카), 순록 고기 등 맛에서 얻은 영감들도 반영할 계획이다.”

 - 유명 수입브랜드 위주의 국내 패션산업에서 세정은 순수 대한민국 오너 경영인이 이끌어 가고 있다.

 “패션 산업은 오너 체제가 장점이 훨씬 많다. 전문경영인 체제에서는 단기 실적에 급급할 수밖에 없다. 이런 점은 여간 스트레스가 아니다. 어떤 유능한 전문경영인도 온전한 브랜딩(branding)을 하기 어렵다. 세정은 1~2년 단기 사업 계획과 별도로 5~10년, 나아가 세대를 넘나들며 어떻게 ‘eternal life’(영원한 생명)를 버틸 것인지 염두에 두고 있다. 전문경영인이 CXO(Chief X Officer·고위경영자 통칭) 수준에서 오너의 관점을 보완하며 큰 그림을 그려나가고 있다.”

 - 앞으로의 계획은.

 “모든 경영자가 그렇듯 신규 성장 동력에 고민이 많다. 인디안의 branding을 zero-base에서 재점검하는 것이 어려웠다. 자세히 밝히기는 어렵지만 내년에는 업계든 고객이든 깜짝 놀랄만한 그림을 내놓을 계획이다. 회사 차원에서는 올해 트레킹 전문 스위스 라이프 스타일 아웃도어 ‘센터폴’과 브리티쉬 정통 캐주얼 ‘헤리토리’가 런칭한 데 이어 주얼리 브랜드도 런칭을 앞드고 있다. 세정은 불황에 역으로 투자하고 약진하는 전통이 있다. 다가오는 한해도 그럴 계획이다.”

배은나 객원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