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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역 치르고도 文, 대선 막판 '나꼽살' 출연했다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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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문재인 민주통합당 전 대통령 후보가 21일 오후 서울 동교동으로 이희호 여사를 예방했다. 문 전 후보가 이 여사를 기다리는 동안 입을 굳게 다문 채 허공을 응시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3.6%포인트 차의 패배가 아닌 ‘근본적 처방을 요하는 중대 실패’. 18대 대통령 선거 패배에 대한 민주통합당 내부 평가다. 올해 초만 해도 4·11 총선과 12·19 대선은 “야권이 질 수가 없는 싸움”이란 말이 많았다.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정권교체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늘 과반을 넘었다. 이처럼 좋은 여건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이 대선에서 진 이유는 5060세대의 마음을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10년 전 노무현 전 대통령 지지층이었던 50대가 등을 돌렸다는 점은 민주당으로선 뼈아픈 대목이다. 왜 민주당은 50대가 ‘찍을 수 없는 정당’이 된 것일까.

 ①대선 직전 ‘나꼽살’ 출연한 문재인=지난 12일 문재인 전 후보는 ‘나는 꼽사리다(나꼽살)’에 출연했다. 나꼽살은 딴지라디오(대표 김어준)가 제작하는 인터넷 팟캐스트 방송이다. 방송인 김미화씨, ‘막말’ 파문의 주인공 김용민 민주당 노원갑 당협위원장, 우석훈·선대인씨 등이 진행하고 있다. 민주당 측은 이 사실을 쉬쉬했다. 문 전 후보가 나꼽살에 출연한 사실이 오히려 ‘중도층’의 이탈을 불러올 수 있다고 본 것이다. 그럼에도 문 전 후보는 출연을 강행했다.

 그는 지난 4·11 총선 당시 김용민 막말 파문이 정국 최대 쟁점이 됐을 때도 나꼼수에 출연했었다. 민주당 관계자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후 과거에 몰입하는 경향이 두드러졌다”며 “나꼼수와 같이 극단적 주장을 펼치는 이들의 인기에 편승하려 했던 것은 당이 중도와 멀어진 상징적인 사례”라고 말했다.

 ②진영논리에 함몰=문 전 후보는 뒤늦게 대선 패인으로 본인의 부덕 외에 진영 논리에 갇혀 중간층의 지지를 더 받아내지 못한 점을 꼽았다. 민주당은 중간층으로의 확장을 스스로 거부해온 것이나 마찬가지다.

 대표적 사례가 종편 출연 거부다. 종편의 핵심 시청자들은 대부분 중도층, 50대 안팎으로 분류된다. 민주당이 출연을 거부해 새누리당 인사만으로 대선 프로그램을 마치고 난 뒤 한 종편 진행자는 “종편을 보는 국민은 유권자가 아니란 말이냐”고 말한 적도 있다. 결국 대선 공식 선거운동 기간에야 우상호 전 공보단장이 “우선 내 권한으로 대변인들부터 각자 개인의 선호나 인연, 그때그때 필요에 맞춰 종편에 출연할 수 있도록 했다”며 ‘금족령’을 풀었다. 하지만 문 전 후보가 직접 종편에 출연한 적은 없다. 문 전 후보가 나꼽살에는 출연하면서도 종편엔 나오지 않은 게 민주당의 현주소였다.

 ③편가르기 행태=대선 기간 중 문 전 후보의 유세 현장에 빨간색 목도리를 두르고 온 취재기자들이 민주당 대변인에게 면박을 당한 적이 있다. 민주당의 상징색인 노란색 대신 새누리당 상징색을 목에 두르고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정장선 전 의원은 “총선을 치르고 나서 대선을 치르는데 10년 전 (노무현의) 노란색으로 돌아가는 것을 보고 ‘유권자들을 생각하는 게 맞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민주당은 지난 4·11 총선 때 공천의 가장 큰 원칙을 ‘정체성’으로 삼았다. ‘이길 후보’에게 공천을 준 게 아니라 ‘우리 편’을 공천했다는 얘기다. 당시 현직 원내대표였던 김진표 의원까지 정체성 문제로 탈락 위기에 몰렸을 정도였다.

 반면 친노그룹이나 486세대 정치인들은 쉽게 공천을 받았다. 총선 승리 전망이 나올 때가 중도인사들을 대거 영입할 기회였음에도 각 계파의 ‘나눠먹기’로 공천이 끝난 것이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민주당은 어제 뭘 했는지가 가장 중요한 당”이라고 말했다. “오직 자기에 맞는 사람과 동종교배함으로써 조직이 굉장히 편협해지고 외부 위기에 취약해졌다”고도 했다.

 ④경제와 안보, 모두 점수 잃어=진영논리와 편가르기 과정을 거쳐 민주당은 ‘신(新)보수화’된 50대에겐 새누리당에 비해 ‘경제는 무능, 안보는 불안’한 정당으로 비쳤다.

 대선 기간 중 문 전 후보에게 악재로 작용한 게 북방한계선(NLL) 문제였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7년 김정일과 남북정상회담을 하면서 NLL을 포기하겠다는 발언을 했는지 여부는 둘째치고, 일단 이런 이슈가 문 전 후보에게 악재가 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은 민주당이 자초한 것이다.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반대하면서 통합진보당 이정희 대표 등과 함께 미 대사관 앞에서 공동시위를 했다. 오바마 대통령에게 보내는 편지를 한명숙 대표가 대사관에 전달하기도 했다. 편지엔 재협상하지 않으면 폐기하겠다고 으름장을 놓는 표현도 담겼다. 외교상 의전은 안중에 없었다. 중앙대 신진욱 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경제는 진보, 안보는 보수로 가야 최대다수의 지지를 확보하는 건데, 난데없이 (총선 때) ‘통일의 꽃’(임수경 의원 공천을 지칭)을 다시 불러들여 화를 자초한 건 납득이 안 된다”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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