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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월남 대사=「구엔반·키우」씨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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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전진 속에서 온 외교관-들어설 때까지 막연하게 품고 있던 이 선입관은 객을 맞는 주인의 순후 한 태도로 깨끗이 사라졌다. 외교관으로서의 경력이 별로 없는 탓도 있겠지만 최근에 도착한 신임 주한 월남 공사 「구엔·반·키유」씨의 말이나 몸짓에서는 기름이 도는 듯한 외교관 특유의 냄새가 풍기지 않았다.
지난 9월 「키」 수상의 수행원으로서 내한한 이래 한국 방문은 이번으로 두번째가 된다는 「키우」 공사는 가끔 동생인 「구엔·반·티우」 국가 원수 집에서 제수가 담은 김치를 맛있게 먹었다면서 한국의 김치 맛이 썩 좋다는 것이다.
『한국과 월남은 서로 비슷한 입장에 있고 지금은 어깨를 겨누고 공산주의자에 대항해서 싸우고 있는 전우이기 때문에 특히 친근감을 느낍니다』조용한 목소리로 미소를 띠어 가며 이야기를 이어 나간다. 지난 구정 때는 「붕·타우」에 있는 한국군 이동 외과 병원에 초대되어 외무관과 간호장교들과 어울려 만찬을 즐겼는데 이번에 한국에 오는 도중에도 「홍콩」과 대북에 들렀을 때 그곳에 있는 한국 외교 사절단으로부터 융숭한 접대를 받았다면서 시골 면장 「타입」의 이 사람 좋은 외교관은 줄곧 미소를 짓고 있다.
『전번 해병 사령관으로부터 명예 한국 해병대원증을 받았어요』하더니 일어나서 분주히 자기 가방을 뒤진다.
아마 다른 곳에 둔 모양이라면서 다시 자리로 몰아오더니 『여하튼 자랑스럽다』는 것이다.
1964년 청년 체육상으로 임명되어 무시로 지방을 돌아다니며 반군사적인 청년 조직을 꾸미다가 「베트콩」 분자가 던진 수류탄에 맞아 오른손의 손가락 두개를 날려버렸다고 말하면서도 표정에는 어떤 혐오의 빛도 나타나지 않는다. 그래서 그는 지금도 오른손에만 노랑색 장갑을 끼고 다닌다.
『「베트콩」은 민족주의자라는 말이 있는데-』 순간, 예의 마음씨 좋은 「시골 면장」은 신념에 넘치는 반공 투사로 돌변했다.
『「베트콩」이 민족주의라고요? 민족주의자가 어떻게 공산주의자들의 지령 하에 행동 할 수 있소? 그런 소리는 월남이나 공산 조직에 무식한자 들이나 할 수 있는 소리요』 이 문제에 한하는 한 설명이 필요 없다는 듯 대뜸 반문으로 답해버린다.
『전쟁을 함으로써만 존속할 수 있는 월남 정부』라고 한 「웨인·모스」 미국 상원 의원의 발언을 어떻게 보느냐고 물으니 『아, 그 친구』라고 대수롭지 않은 대꾸다.
그의 말은 어떤 의견이라도 그것이 나쁘든 좋든 발표되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그런 친구 이야기라면 민주주의의 원칙인 토론의 광장을 허해도 무방하다는 듯 여유 있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앞으로 예정 체재 기간은 1년이나 사정에 따라 그 기간은 신축성을 가지리라고 하면서 그는 10남매의 자녀들이 지금 학교에 다니고 있기 때문에 가족을 데리고 올 수는 없고 여름방학에나 불러서 같이 지낼 작정이란다.
끝으로 월남전의 전망에 대해서 그는『「베트콩」이 우호적 태도를 보일 때까지는 오직 싸우는 길밖에 없다』고 잘라 말한다. <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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