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군 월남 증파에 앞서는 문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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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험프리」 미국 부통령은 「해리만」 순회 대사를 대동하고 오늘 착한 한다. 그의 내한목적은 한국 정부 및 재야 정계 지도자들과 만나 한국이 월남 증파를 조속히 결정해 줄 것을 요청하고 증파에 대한 조건을 협의, 결정하는데 그 목적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은 벌써부터 한국군의 월남 증파를 요청해 왔고 한·미 양국간에 증파에 대한 조건이 비밀리에 협상되어 왔었는데 이번 「험프리」 부통령의 내한은 이런 문제에 대해 최종적인 결정을 짓기 위한 것 같다.
작년에 한국 전투 병력의 파월을 결정할 때 한국은 크게 국론의 혼란에 빠지지 아니하고 이에 응했었다. 그렇지만 이제 월남 전선에 병력을 증파하여 종합 1개 군의 전투력을 투입한다는 것은 한국의 국가 안전에 중대한 영향이 있는 것이고 또 한국이 월남 전선에 병력을 증파 함으로써 얻게 되는 국가적 이득이 무엇이냐 하는 것을 다짐하지 않을 수 없으므로 이는 매우 심각한 문제로 되어있다. 따라서 우리는 초당파적인 견지에서 이 문제를 신중히 다루고, 국론을 통합하여 대미 협상에 응하지 않으면 안된다.
우리가 월남에 병력을 증파 하는데 있어서 우선 생각해야 될 것은 군단 규모의 병력 투입이 한국의 국가 안전 보장에 화를 미치지 않겠나 하는 것이다. 월남 전선에 있어서 공산 측의 힘의 원천을 이루고 있는 것은 중공이다. 그리고 중공은 미국과 일전을 불사한다는 강경한 자세를 계속 취하고 있다. 한국이 월남 전선에 대규모로 병력을 증파 하여 한국의 휴전선에 힘의 공간이 벌어진다고 하면 중공이 한국에서 제2전선을 전개할 가능성은 매우 크다.
우리는 현재와 같은 휴전 동결 상황 밑에서 소강을 누리는 것을 강력히 희망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렇다 하더라도 남의 나라를 돕기 위해 자기 집을 비워 적에 불지를 기회를 주는 것은 용납할 수는 없다. 이런 면에서 볼 때 우리가 미국에 대해서 묻고 싶은 것은 미국은 월남전쟁을 국지전으로 한정할 것이냐 혹은 중공에 대한 전면 전쟁으로 확대해도 좋다는 각오를 갖고 있느냐 하는 것이다.
미국의 여론 가운데는 중공이 핵무기 및 그 운반 수단을 양산·저장하기에 앞서 예방 전쟁을 감행해야 된다는 예도 있지만 중공과의 결전은 어디까지나 회피해야 된다는 주장도 유력하다. 이처럼 미국이 국론이 통일돼 있지 아니하고 또 미국 정부의 최종적인 태도가 명시돼 있지 아니한데 덮어놓고 한국더러 월남에의 병력 증파를 요청한다는 것은 불합리한 일이다.
물론 대 중공 전쟁 문제는 미국의 세계 정책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에 경솔히 공개할 수 없는 면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월남에의 병력 증파가 한국의 사활을 좌우하는 문제인 이상 미국은 한국의 정부 및 정계 지도자에게 미국의 기본 정책을 밝히고 한국의 국가 안전 보장에 대해 확실한 보장을 주어야 할 것이다.
한국의 국가 안전 보장에 확고한 보장을 준다 하더라도 우리는 파병 조건에 대해서 엄격한 다짐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들리는 바 미국 측은 지금까지 한국 측이 선행 조건으로 요청한 한국군의 장비 현대화, 3개 예비 사단의 전투 사단화, 주월 한국군의 처우 개선, 전사상자 보상 금액의 인상, 대한 군원 이관의 계속중지, 한·미·월 경제 협력 체제의 개선 원칙 등에 대해서는 상당히 호의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으나 특별 재정 원조액과 BA정책 완화요청에 대해서는 난색을 보이고 있다 한다.
이상 몇 가지 조건 중 한국군의 장비 현대화나 3개 예비 사단의 전투 사단화는 한국의 국가 안전을 위해 필수 불가결한 조건이요 또 주월 한국군의 처우 개선, 전사 후 보상 금액의 인상은 주월 한국군의 사기 앙양 및 생명 보장을 의해 절대로 필요한 것이다. 우리가 남의 나라를 돕기 위해 자국의 안전을 해치려는 것이 아니고 또 미국에 미국인의 생명이 귀중한 것과 마찬가지로 한국에 한국인의 생명이 귀중한 이상, 무슨 일이 있어서도 이 네가지 조건은 관철되어야 한다.
그 다음 조건은 주로 경제 분야에 관한 것이다. 월남 전쟁이 주로 미국의 경제 부담에 의해 수행되고 있다는 것, 그리고 월남 전쟁에 직접 개입하고 있지 않는 국가들 가운데도 전쟁 경기로 혜택을 입고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런데 월남 전쟁에 2개 사단의 전투 병력을 투입했고 또 앞으로 더 많은 병력을 더 투입할 것을 요청 받고 있는 한국이 얻는 경제적 이득은 너무도 적다.
한국 전선과 월남 전선이 불가분이의 관계에 있고 월남의 안전이 바로 한국의 안전과 직결되는 것이라면 대한 군원 이관은 최소한 한국의 월남전 개입을 지속하고 있는 한 마땅히 취소되어야 한다. 미국이 난색을 보이고 있다고 하는 특별 재정 원조액과 BA 정책 완화 요청에 대해서도 미국 측의 결정적인 양보가 있어야 한다. 왜냐? 미국이 국가 이익을 그 세계 정책의 기본으로 삼는 것과 마찬가지로 한국도 그 국가 이익을 그 세계정 책의 기본으로 삼아야하기 때문이다. 물론 우리는 젊은 생명을 회생하는 대가로 장사를 하자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우리에게는 우리의 국가 이익에 충실해야할 의무가 있는 것이요 우리의 국가 이익을 미국의 국가 이익에 종속시킬 수는 없다. 우리는 이 한도 내에서 미국이 증파 조건으로서 한국의 경제적 이득을 증진시키는데 최대한의 호의를 베풀 것을 요구한다.
끝으로 우리는 현재 월남에 주둔하고 있는 한국군의 생명 안전에 대해서 미국 측의 주의를 환기하고 싶다. 들리는 바 한국의 병정들이 사용하는 소화기는 「베트콩」이 사용하는 그것보다 오히려 열세하다는 말도 들리고 있다.
만약에 이것이 사실이라고 하면 이 이상 더 슬픈 일이 없다 할 것이다. 우리는 우리의 청년들이 총탄·포탄의 밥이 되는 것을 결코 용납할 수 없다. 미국은 이점을 깊이 고려하여 우선 현재 주월 하고 있는 국군의 장비부터 개선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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