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을 가는 사도의 타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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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역사적으로 우리나라의 사도가 높이 칭송을 받은 사례는 희귀하지만 최근의 현상을 보면 누구나 절망을 느끼지 않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일일이 매거조차 할 수 없을 정도의 독직사건의·연속은 과연 우리나라에 한 가지라도 청렴한 행정이 있는가를 의심케하는 바기 있다. 이와 같은 사태가 이대로 방치되고 만성화한다면 그 결과는 어떻게 될 것인가.
최근의 부정분유사건만 보더라도 사도의 타락성이 어느 정도에 이르렀나를 판단함에 충분할 것이다. 이것은 실로 인간의 생명에 관한 문제이다. 이와 같은 범죄가 공무원들과의 협동에 의하여 이루어졌다는 것을 생각하면 참으로 우리는 행정과 공무원의 본질에 관해서 새삼스럽게 근본적인 회의를 느끼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공무원들은 스스로 변명의 기회를 갖기를 원할는지 모른다. 그러나 여하한 변명을 할지라도 인간의 생명을 위협하는 범죄에의 가담은 정당화할 여지가 없는 것이다.
공무원들의 부패를 방지하기 위하여 최근 특수범죄가중처벌법안이 국회를 통과하였다. 말하자면 종래의 처벌법규가 너무나 관대하였기 때문에 그형을 준엄하게 함으로써 차종범죄를 예방하자는 것이 그 목적이다. 그러나 이러한 법률만 가지고 관기 숙정을 기도한다는 것은 과연 효과적인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인가.
정부나 집권당은 이와 같은 극한적인 사도타락을 눈앞에 보면서도 여전히 행정권의 강화에 집념을 가지고 있다. 행정권의 강화라고 하는 것은 일반적으로 후진국가에 있어서의 공통적인 특징을 이루고 있는 것인데 바로 이것이야말로 공무원들을 부패의 구렁텅이로 안내하는 「하이웨이」가 아닌가 생각된다. 후진국가가 급속히 단 시일 내에 선진국가에 따라가는 유일한 길이 집중된 관권에 의한 행정의 추진이라고 생각하는 신화가 있다. 그러나 이것은 현명한 판단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인가.
실상 민주적 이념이 투철하지 못하고, 행정능력이 미숙한 나라에서 집중된 관권에 의하여 소위 「강력한 행정」을 추진시킨다는 것은 위험하기 짝이 없는 노릇이다. 오히려 그것은 선진적인 국가, 현대적 행정의 이념과 기술이 고도의 단계에 있는 나라에서만 가능한 것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모든 것을 공무원들이 도장을 찍고, 허가하고, 인가해야만 되는 행정의 「메커니즘」은 필연적으로 그들을 횡포하게 만들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현재의 극한적인 사도타락에 대해서는 바로 그 장본인들만이 귀임을 져야할 것이 아니고 행정부를 구성하는 상하의 모든 공무원들이 공동으로 책임을 부하해야 될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결국 그것은 행정의 문제가 아니고 정치의 문제가 된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것이다. 더구나 한 사람이라도 행정부의 상층부에 속하는 사람들이 부패의 예를 보이는 일이 있다면 이것은 사도의 타락을 고무하는 결과가 된다는 것을 자각해야될 것이다.
극한을 가는 사도의 타락은 국민과 행정부와의 단열을 심화한다. 국민들이 공무원을 불신하고 행정부를 사시할때 국가의 발전은 기대될 수 없을 것이다. 우리는 오늘날의 슬픈 현상에 침묵만을 지킬 수는 없는 것이다. 정부와 집권당과 전 국민은 엄중한 감시의 눈을 가지고 사태를 직시해야 될 것이다. 청신한 기풍이 전 공무원의 가슴에, 아니 전 국민에 불어오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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