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틴틴 월드] 'NPT(핵확산 금지조약)'란 뭔가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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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신문이나 방송에서 “북한이 NPT 탈퇴를 선언했다”는 얘기를 많이 들어보셨죠? 미국·중국·러시아 등 강대국 정상들이 잇따라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고,우리나라도 미국에 특사를 파견하는 등 국제사회가 부산하게 움직이고 있어요.국제뉴스의 초점이 된 NPT에 대해 함께 알아보기로 해요.

1. 'NPT'가 북한 핵과 관련이 있다는 건 알겠는데 도대체 NPT가 뭐죠.

원자폭탄 같은 핵무기가 얼마나 파괴력이 큰지 잘 아시죠? 이런 무기가 잘못 관리되면 인류에겐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을 몰고 올 수 있어요. 핵무기를 가진 나라들이 계속 늘어나면 통제가 안되는 상황이 될 수 있겠죠. 그래서 핵무기가 더 이상 이 나라 저 나라로 퍼져선 곤란하다는 데 합의한 국제사회의 약속이 바로 '핵확산금지조약'이고, NPT(Nuclear Non-proliferation Treaty)는 이 조약의 영문 약자예요.

1970년 미국.러시아(옛 소련)가 주도해 유엔 총회에서 NPT에 대한 합의를 끌어냈는데, 67년을 기준으로 그 해까지 핵무기를 갖고 있거나 핵실험에 성공한 나라(미국.러시아.영국.프랑스.중국 등 5개국)만 핵무기를 가질 수 있고, 나머지 나라들은 앞으로 영원히 핵무기를 갖지 못한다는 내용이 그 골자예요. 현재 이 조약에 가입한 나라는 1백87개국으로 거의 전세계 모든 나라를 망라하고 있어요.

2. 누구는 갖고 누구는 못 갖게 한다면 너무 불공평한 게 아닌가요.

맞아요. NPT는 핵에 대한 기득권을 인정하고 출발한 조약이기 때문에 불평등하다는 생각을 가질 만해요. 하지만 핵무기를 둘러싼 국제사회의 현실은 "너는 가지면서 난 왜 못 갖게 하느냐"는 불평이 통할 정도로 단순하지 않답니다.

핵무기는 단 몇개만 있어도 그 나라의 군사력이 절대적으로 강화되기 때문에 너도 나도 핵무기를 갖고 싶어하는 유혹을 뿌리치기 어렵습니다. 인도나 파키스탄.이스라엘.쿠바 같은 나라가 아직도 이 약속을 인정하지 않고 핵탄두를 이미 보유했거나 개발을 추진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죠.

그래서 미국 등 5개국은 이 조약을 만드는 조건으로 자신들도 핵무기를 점차 줄여 핵전쟁의 가능성을 없애기로 한다는 데 동의했어요. 그리고 전력 생산처럼 평화적 목적의 핵시설은 원하는 모든 나라가 공유할 수 있도록 기술을 나눠주기로 했어요.그래서 우리나라도 고리나 영광에 원자력 발전소를 갖게 된 거예요.

그런데 이런 핵발전소에서도 연료를 '재처리'(키워드 참조)하면 핵탄두의 재료가 되는 플루토늄을 만들 수 있어요. 일본 같은 나라는 마음만 먹으면 3~4개월이면 핵탄두를 만들 수 있다고 해요.

3. 그러면 이런 나라들이 핵무기를 만드는지 안 만드는지 어떻게 알 수 있나요.

NPT는 미국 등 5개국을 제외한 나라들에 대해 가입 후 18개월 안에 IAEA(International Atomic Energy Agency.국제원자력기구)라는 국제기구를 통해 핵시설을 평화적 목적이 아닌 다른 용도로 쓰는지 아닌지를 엄밀하게 관리.감독받도록 의무화했어요. NPT에 가입한 나라들은 핵물질의 양과 시설에 대한 정보를 모두 IAEA에 알려야 합니다. IAEA는 이 정보가 사실인지를 확인하기 위해 현장에 가 검증을 합니다. 그래서 IAEA를 '핵 파수꾼'이라고 부르기도 하는 거예요.

의도적으로 거짓 정보를 제공하거나 현장 사찰을 거부하는 경우 IAEA는 그 내용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보고하게 됩니다. 5개국을 제외한 나머지 나라들은 '핵무기가 더 이상 퍼지지 않도록 하자'는 NPT의 정신을 대체로 잘 지키고 있는 편입니다. 하지만 미국 등 5개국의 핵감축 의무는 잘 지켜지지 않고 있어 NPT의 숙제가 되고 있습니다.

4. 다섯 나라가 이렇게 나오면 핵이 없는 나라와의 힘의 차이가 계속 벌어지는 게 아닌가요.

그래요. 다섯 나라가 핵감축에 성의를 보이지 않으면 NPT는 그야말로 핵에 대한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수단으로 전락하고 말아요. NPT 체제가 출범한 1970년만 해도 미국과 러시아가 보유한 핵탄두 수는 7천5백여기였어요.

하지만 30여년이 지난 지금은 오히려 약 3만기로 늘어나 NPT의 정신을 무색하게 하고 있어요. 그래서 95년 NPT 기한 연장(키워드 참조) 때 다섯 나라를 제외한 나라들은 "이럴 바엔 NPT를 탈퇴하겠다""다섯 나라가 의무를 확실히 지킬 때에 한해 연장에 응하겠다"면서 불만을 터뜨렸던 거예요.

이런 비난을 의식한 미국과 러시아는 모든 핵실험의 중단을 골자로 하는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CTBT.키워드 참조)과 핵 미사일을 줄여나가자는 내용의 전략핵무기감축협정(START.키워드 참조)을 내세워 반발하는 나머지 나라들을 달랬지요. 하지만 영국.프랑스.중국은 "미국.러시아와의 핵전력 차이가 너무 커 핵실험 등을 줄일 수 없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어요.

미국과 러시아가 핵을 줄여나가는 걸 봐가며 자신들도 줄이겠다는 거예요. 결국 NPT가 유지되기 위해선 비핵보유국들은 IAEA의 사찰을 성실하게 받고, 핵보유국은 기존의 핵무기를 과감히 폐기하는 모범을 보여야 해요.

5. 북한이 NPT 탈퇴를 선언한 것은 핵무기를 갖겠다는 뜻인가요.

NPT를 탈퇴하면 북한 내 핵시설에 대한 IAEA의 감시와 통제를 받아야 할 의무가 없어집니다. 따라서 국제사회의 견제 없이 핵무기를 만들 수 있기 때문에 미국이나 러시아.중국 등은 이 사태에 대해 크게 우려하는 거예요.

하지만 현재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선 꼭 핵무기를 갖겠다는 뜻으로만 볼 수 없는 복잡한 국제정치 현실이 깔려 있어요. 북한은 미국으로부터 상대방을 서로 침략하지 않는다는 약속을 받아내려 하고 있는데 이런 요구를 미국이 선뜻 받아들이지 않자 협상을 유리하게 끌고 가기 위해 탈퇴 선언을 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어요. 93년에도 북한은 NPT 탈퇴를 선언했다가 협상을 위해 되돌린 적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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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용환 기자good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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