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층 ‘모던’해진 왕골 돗자리 옻칠 나무그릇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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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2호 24면

1 일본 코이사와라의 도자기. 2 필리핀 케네스 코본푸에의 등가구. 3 이정훈 작가의 Wormhole Table. 4 양웅걸,안보람 작가의 Secret box. 5 신예선 작가의 니트 모자.

지역을 기반으로, 세계를 시장으로-. 24일까지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리고 있는 2012공예트렌드페어에서 확인할 수 있는 우리 공예의 화두는 ‘글로컬라이제이션(Glocalization)’이다. 공예트렌드페어는 2006년부터 (재)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KCDF)이 주관해온 국내 유일의 공예전문박람회. 도자·유리·섬유·금속 등 각 분야 공예인 600여 명이 모여 생활도구부터 오브제까지, 동시대인들이 향유하는 공예의 모든 것을 총망라한 만큼 트렌드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기회다.

2012 공예트렌드페어, 24일까지 서울 삼성동 코엑스

올해 7회째를 맞은 행사의 주제는 ‘재발견, 공예와 지역성(Rediscovery! Craft and Locality)’. 이상철 예술감독은 다양한 국내외 사례를 통해 공예의 지역성에 다각적으로 접근하는 방식으로 주제관을 기획했다. 오랫동안 애용되어 온 공예품들이 급속히 사라져 가는 현실을 직시하고 공예의 핵심적 요소인 지역성을 되살림으로써 경쟁력 확충을 도모하기 위한 것. 모범사례로 강화의 완초공예와 원주 옻칠기 사례가 제시됐다. 또 한류 공예 중심지로 거듭나고 있는 서울 종로 북촌의 심화숙 한지장과 심용식 소목장, 12공방으로 유명한 통영시 김금철 소목장이 각각 디자이너와 협업한 작품들도 전시됐다.

디자이너 안상수, 장용복이 각각 디자인하고 서순임 장인이 제작한 강화 왕골 돗자리는 모던한 디자인이 돋보였다. 강화는 고려시대부터 품질 좋은 왕골 생산으로 완초 공예가 유명했지만 생활문화가 입식문화로 바뀌면서 수요가 크게 줄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한 것이 ‘왕골공예 명품화’ 사업. 염색과 디자인을 현대화하고 다양한 쓰임새의 공예품을 개발해 세계화를 추진 중이다.

옻나무가 많이 자라는 강원도 원주에서는 ‘원주칠’을 한 냉면기와 밥그릇, 국그릇 등 생활식기를 내놨다. 교자상이나 제기, 가구 등 귀한 물건에 주로 사용되던 것을 옻칠의 강한 살균력과 무해한 특성을 살려 현대적인 생활 식기류로 개발하는 대중화 노선을 택한 것. 산업화를 위해 옻나무 재배단지를 조성하고 옻문화센터에 장인들을 입주시켜 레지던스 프로그램을 가동 중이다.

일본 도예품, 독일 목공품, 필리핀 등가구…
해외 사례들은 지역성에 대한 보다 다양한 접근방식을 제시한다. 일본의 도예마을 고이사와라가 디자인브랜드 MUJI와 손잡고 규슈지역의 대표적인 지역상품으로 만든 ‘Coccio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정갈하면서 독특한 디자인의 식기들은 규슈대 예술공학연구원의 리서치와 유명 디자이너의 디자인, 지역 장인들이 협업한 결과다. ‘고이사와라에서 채취한 흙과 유약으로 물레에 의한 수작업’이라는 원칙하에 개발한 자연친화적 생활 식기다. ‘Timeless’ ‘Share’를 컨셉트로 한 ‘오래 지속되는 것의 가치’와 ‘함께 먹는 풍요로움’이라는 스토리텔링은 단순한 식기에 그 이상의 의미를 부여했다.

원시적이면서도 유려한 작품 세계를 보여주는 독일의 목공예가 에른스트 감펄은 버려진 고목들에서 새로운 지역성을 발견한 경우다. 남부 알프스의 자연재해로 쓰러진 고목들을 지방정부로부터 기증받아 재료로 사용하고 있다. 이탈리아 사르데냐 지방의 ‘DOMO프로젝트’는 공예와 관광의 통합이 돋보인 사례. 천혜의 자연환경과 전통적 생활양식을 간직한 수공예 마을의 특성을 살려 국제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는 현대적 디자인의 지역 공예품을 제작하고 홍보하고 유통하는 프로젝트다. 각 분야 60여 팀의 장인과 국내외 디자이너 32팀의 협업으로 얻어진 200여 점의 성과물을 2011밀라노국제가구박람회 일정에 맞춰 밀라노 시내에 전시함으로써 지역공예가들의 창의성과 사르데냐 지방의 독특한 개성까지 홍보에 성공했다.

그 밖에 핀란드 수공예·디자인의 중심지인 피스카스 빌리지는 오랜 세월 공업도시였던 마을이 공장이 이전하자 공예마을로 거듭나 세계적 명소가 된 사례를, 필리핀 특산품 등가구에 현대적 디자인을 가미한 컬렉션으로 유명한 케네스 코본푸에는 미국과 유럽에서 공부한 모던한 감각을 고향의 천연재료에 적용함으로써 세계적 명성을 얻은 사례를 보여줬다.

한편 KCDF사업홍보관에서는 스타 상품개발 프로젝트와 한스타일 사업, 한지상품 디자인 토너먼트, 한복 디자인 토너먼트 등의 사업 결과물들을 선보였다. 매년 치열한 경쟁을 통해 구성되는 ‘창작공방관’은 올해도 100여 팀의 신진 작가들이 전통과 현대를 넘나드는 독창성을 보여주었다. 참가작 중 실용성과 심미성을 겸비한 작품을 뽑는 올해의 작가상에는 한복의 굴레모자를 닮은 신예선 작가의 니트모자 등이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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