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겼지만 … 친박 기득권 버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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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오바마 “이른 시일 내 회동”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21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통화를 하고 있다. 두 사람은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에 대한 공동 대응 등에 공감하면서 이른 시일 내에 만나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명박 대통령은 2008년 2월 취임 후 4월에 미국을 방문했다. 박 당선인은 내년 상반기 중 방미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경빈 기자]

‘친박(親朴)’ 인사의 기득권 포기 선언이 21일 릴레이로 이어졌다. 박근혜 당선인을 지지한 51%(1577만3128명)의 국민 외에 문재인 전 후보를 지지한 48%(1469만2632명)의 국민까지 하나로 만드는 ‘대탕평 인사’를 위해 박 당선인의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뜻이다.

 박 당선인의 비서실장인 이학재 의원은 이날 인터넷 홈페이지에 “기쁜 마음으로 원래 제가 있던 국회의원 직분으로 돌아간다. 오늘 이 순간부터 일체의 임명직 직책을 맡지 않겠다”라고 선언했다. 이 의원은 2010년 8월부터 2년5개월 동안 박 당선인의 그림자 역할을 해온 인물이다.

 그는 “천리마의 꼬리에 붙으면 천 리 길도 쉽게 간다는 말이 있다. 저 이학재가 바로 천리마에 붙은 파리였다”며 “파리는 천 리를 가면서도 말에게는 조금도 폐를 끼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난세에 업을 이루었으니, 나라를 유지하고 발전시킬 인재들을 세상에서 널리 모아야 할 것”이라며 “그들이 기꺼이 뜻을 합칠 수 있도록, 저는 뒤에서 돕고 오늘 이 순간부터 일체의 임명직 직책을 맡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이 의원에 이어 선거캠프의 사령탑이던 김무성 총괄선대본부장도 이날 짐을 꾸려 여의도 당사를 떠났다. 그는 당사 사무실 문 앞에 자필로 “이제 제 역할이 끝났으므로 당분간 서울을 떠나 연락을 끊고 쉬겠다”고 쓴 편지를 놓았다. 그는 이미 “박근혜 정부에서 어떤 임명직도 맡지 않겠다”고 공언했었다.

 대법관 출신인 안대희 정치쇄신특별위원장은 대선 하루 전인 18일 당사 5층의 집무실에 서류 한 장도 남기지 않고 떠났다. 그는 9월 박 당선인의 제의로 미국 스탠퍼드대학 연수를 취소한 채 캠프에 합류했었다. 그는 기자들과 만날 때마다 “박 후보의 당선을 도우러 왔을 뿐 자리에 관심이 없다”고 말하곤 했다.

 안 위원장과 함께 캠프에 합류했던 남기춘 클린정치위원장도 “인수위든 뭐든 가지 않을 것”이라며 해외로 출국했다.

 ‘박근혜 대통령을 만든 사람들’의 기득권 포기 선언이 줄을 잇는 것은 이명박 정부 시절 이른바 ‘핵심실세’로 꼽히던 이들이 인수위 때부터 요직에 자기 사람을 심기 위해 권력투쟁을 벌이고, 그것이 부패로 이어져 결국 정권이 실패하는 과정을 봐왔기 때문이라고 한 새누리당 관계자는 설명했다. 이한구 원내대표도 이날 기자와 만나 “박근혜 정부가 성공하려면 ‘친박’으로 불리는 사람들이 대통령직 인수위나 정부 조각에 들어가선 안 된다”며 “나부터 그렇게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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