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이 보는 세대투표 원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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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전문가들은 이번 대선에서 ‘세대투표’ 현상이 두드러졌다고 입을 모은다. 세대별로 느끼는 기대감 또는 박탈감이 투표 행태에 결정적 영향을 줬다는 것이다.

 임성학 서울시립대 교수(국제관계학)는 “2030세대는 기본적으로 등록금부터 취업, 내집 마련 문제 등으로 사회에 불만이 크다. 이것이 다수의 젊은이들이 문재인 후보를 선택하려 했던 이유”라면서도 “북방한계선(NLL) 논란과 국정원 여직원 사건, 허위사실 유포 등에 실망해 투표하지 않거나 박근혜 후보 쪽으로 이탈한 젊은 층이 상당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그는 또 “50대는 산업화와 민주화에 모두 중간적인 기여를 했지만 아무런 평가를 받지 못해 소외됐다고 느끼는 ‘끼인 세대’”라며 “이들이 야권으로부터 구태의연한 세대로 무시되는 듯한 인상을 받아 50대 중도층도 박 후보로 상당 부분 돌아섰을 것”이라고 했다.

 노동일 경희대 교수(법학)는 “2030세대는 개혁적인 성향이 크고 현 정권에 대한 불만도 많다”며 “50대들은 문재인 후보 측이 ‘젊은이들이 투표장에 나와야 당선된다’는 식으로 2030 중심의 프레임을 형성해 서운함을 느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명호 동국대 교수(정치학)는 “현재의 50대들은 과거 40대 때 노무현 대통령을 찍은 세대다. 하지만 이후 10년간 초·중·고 자녀 학비, 전셋값, 물가 등 많은 어려움을 겪어 노무현 정권에 대한 트라우마가 어떤 세대보다 강하다”고 분석했다. 이어 “문 후보는 ‘투표율이 오르고 단일화하면 이긴다’는 식의 이벤트만 맹신해 중도층과 2030세대에게도 실망감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정치외교학)는 “50대의 엄청난 투표율(89.9%)은 단순히 안보·경제정책 등의 문제로 달성된 수치가 아니다”며 “직장에서 은퇴하거나 은퇴압박을 받는 데다 가정에선 대우받지 못하는 등 소외감을 느끼는 50대 이상 세대들이 민주당의 SNS 선거운동, 젊은 층 중심의 선거운동에 또다시 소외감을 느껴 자극받은 것”이라고 했다. 그는 “젊은 층은 반대로 이 같은 심정적 상처가 50대 이상보다는 덜했고 이로 인해 투표율이 상대적으로 낮았다”고 말했다.

 ‘이정희 변수’와 안보 위기감이 50대 이상을 결집시키는 원인이 됐다는 분석도 나왔다. 윤종빈 명지대 교수(정치외교학)는 “중·장년층은 안보 쟁점에 대한 우려와 이념적 거부감이 상당히 강한 세대”라며 “통합진보당의 ‘종북논란’과 이정희 후보가 TV토론에서 보인 공격적인 태도, NLL 논란 등이 안보 프레임과 직결돼 50대 이상을 뭉치게 했다 ”고 말했다.

이승호·손국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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