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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향우’ 아베, 목소리 낮추는 까닭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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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아베 신조

오는 26일 일본의 차기 총리로 취임하는 아베 신조(安倍晋三·58) 자민당 총재는 21일 한국과의 외교관계를 감안, 자신의 정권 공약인 ‘다케시마(竹島·독도의 일본명)의 날’ 행사의 정부 주최를 유보하기로 했다. 또 금명간 특사를 한국에 파견, 경색돼 있는 양국 관계를 개선하자는 제안을 전할 방침이다.

 자민당은 지난 총선 공약으로 현재 시마네(島根)현이 매년 2월 22일 개최하고 있는 ‘다케시마의 날’ 행사를 격상시켜 정부 행사로 치르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아베 총재는 이날 공약을 거둬들인 것과 관련해 “종합적인 외교상황을 감안해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자민당 간사장도 TV에 출연해 “그것(정부 주최 행사)을 함으로써 일·한 관계가 극도로 나빠져 기뻐할 곳이 어디 있겠느냐. 결과적으로 이 지역이 어떻게 될 것인가를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된다”며 유보 입장을 밝혔다.

 지지(時事)통신은 “‘다케시마의 날’ 행사 사흘 뒤 있을 박근혜 당선인의 대통령 취임식을 의식한 것”이라며 “아베 총재로선 취임식에 참석한 뒤 양국 정상회담을 통해 관계 개선을 모색한다는 입장”이라고 보도했다.

 정부 주최 행사를 강행할 경우 아베로선 대통령 취임식에 초대받지 못할뿐더러 양국에서 새로운 지도자가 등장한 마당에 “처음부터 판을 깬 건 일본”이란 비판이 일 것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아베는 일·한 의원연맹 간사장인 누카가 후쿠시로(額賀福志郞) 전 재무상을 특사로 파견, 박 당선인에게 조기 정상회담을 요청하는 친서를 전달할 예정이다. 이들 특사단은 당초 21일 밤에 방한, 22일 중 박 당선인에 친서를 전달할 예정이었으나 박 당선인 측의 일정 관계로 다음 주 이후로 미뤄졌다.

 아베는 특사 파견과 관련해 “박 당선인은 한국의 첫 여성 대통령으로 매우 기대하고 있다”며 “일·한 관계를 개선시키고 싶다는 마음을 담아 (특사를) 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아베가 자신이 아직 총리로 취임하지도 않은 상황에서 한국과의 외교관계 개선을 본격화한 것은 일본의 과거 외교 관례로 볼 때 극히 이례적이다.

 한 외교소식통은 “자민당 정권이 경제 등 내정과 중국과의 영토 분쟁 등 외교안보 등에서 현안이 산적한 만큼 초창기 한국과의 외교 마찰을 가급적 피하려 한 것”이라며 “아베 정권으로선 일단 한국과 중국에 대한 외교적 대응에 있어 수위를 조절하려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아베가 일단 유화적 자세로 나오긴 했으나 ▶일본군 위안부 문제 ▶교과서 검정 ▶집단적 자위권 인정 추진 ▶총리 및 각료의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 문제 등 양국 관계를 뒤흔들 수 있는 지뢰밭이 널려 있는 상황이라 좀 더 일본 측 대응을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아베의 한국 관련 주요 정책공약

● ‘다케시마의 날’ 행사의 주최를 시마네현에서 일본 정부로 격상 … 일단 2013년은 유보

● 교과서 검정기준에서 ‘근린제국 조항’ 삭제

● 위안부 문제에 대해 적확한 반론과 반증

● 독도 등 영토 문제와 관련, 역사적·학술적 조사연구를 수행할 별도의 전담기구 설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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