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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철학자「칸트」가 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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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구원의 여인, 그것은 역사가 시작되면서부터 인간이 바라는 꿈이다. 그러한 꿈의 본질은 변하지 않지만 시대의 변천에 따라 여성에 대한 남성들의 보는 눈이 달라지기도 한다. 오늘의 여성이 가져야 할 본연의 자세는 무엇이며 또 남성의 눈에는 어떻게 비치는가. 옛날의 기인·위인들의 여인관을 더듬어 오늘의 거울로 삼아보자.
철학자「칸트」는 독신으로 일생을 보냈다. 그의 생애에 있어 여성은 거의 아무 구실도 못했다. 그러나 그는 여성을 증오한 적도 독신주의자를 예찬한 일도 없었다. 그가 정작 진지하게 결혼을 생각한 적이 두어번 있었다.
몸이 너무 약한데다가 돈마저 쪼들려 뜻을 못 이루었을 뿐이다.
75살 때 그는 기어이 실토했다. -『내가 아내를 필요로 했을 때는 나 자신이 아내를 거느릴 만한 위치에 있지 못했고 아내를 넉넉히 부양하게쯤 됐을 때는 이미 아내가 필요치 않게 됐다.』
그는 여자를 상당히 존중했다. 교양이 있는 여자와 사귀는 것을 특히 좋아했다. 그러나 소위 여학자님은 딱 질색이었다. 「교양」과 「학식」을 엄격히 구별한 그였다. 가령 여자가 불란서 혁명이나 그의「순수이성 비판」에 관해서 토론하자고 다가앉을 양이면 실색해서 돌아앉았다고 한다.
그의 친구 「히펠」이 「사회에 있어서의 여성지위의 향상」이라는 책자를 내고 여성해방을 부르짖었을 때 「칸트」는 이런 엉터리 사상(?)을 단호히 거부했다.
언젠가 미식가였던 그를 한 귀부인이 비난했다. -『여자를 요리사로밖에 평가 않으시는군요.』「칸트」는 『맛좋은 음식을 만드는 시술이야말로 여자의 최고의 명예요, 음악선생을 두어 딸에게 음악을 배우게 하는 것보다 요리법을 배우게 하는 것이 더 중요한 일』이라고 응수했다.
교육정도에 관계없이 주부로서의 천직(요리사)을 익혀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음악을 들으며 맛없는 음식을 억지로 먹기보다 음악없이 맛있는걸 먹는게 훨씬 큰 행복이라 했다.
그는 젊은이들에게 기회 있을 때마다 충고했다. 정열을 따르지 말고 이성을 따르라고. 구체적으로 예를 들면 아름다운 용모에 현혹되지 말고 돈 많은 여자를 골라야 한다는 것이다. 돈은 아름다운 용모보다 지속적인 행복을 보장하는 것이기 때문에「순수이성 비판」의 저자는 소위「순수한 결혼관」과는 거리가 멀었다.
당시의 독일은 봉건영주의 질곡 밑에서 신음하는 서구의 후진국이었다.
많은 죄없는 청년들이 용병으로 팔려가 목숨을 잃었고 무자비한 만행이 자행되었다. 이러한 죄악에 항거하여 『인간을 수단으로만 삼지 말라』고 부르짖었던 혁명적 사상가도 여성관만은 혁명적이지 못했던 것 같다.
그러나 허화한 풍조가 전염병처럼 만연해 있는 우리 여성 특히 교육받은 여성들에게「칸트」의 말은 약이 될 듯 하다. 음식 만들기 옷 깁기는 식모나 할 일, 「피아노」나 두드리고 앉아있으면 된다는 식은 좀 곤란하지 않을까? 밥 못 짓는 것을 자랑으로 아는 여자가 늘어나는 것은 딱한 현상이다. <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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