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할 날 없는 축구인 선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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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제52대 대한축구협회장 선거에 앞서 진행 중인 축구협회 산하 연맹 및 시·도축구협회장 선거가 혼탁으로 얼룩지고 있다. 14일 열린 여자축구연맹 회장 선거가 파행 속에 치러진 데 이어, 이번엔 서울시축구협회장 선거가 ‘후보자 부정 등록’ 시비에 휘말렸다. 축구협회장은 16명의 시·도축구협회장과 8명의 축구협회 산하 연맹 회장을 합쳐 24명이 투표로 뽑는다.

 논란의 주인공은 변일우(53) 현 서울시축구협회장이다. 변 회장은 “차기 회장 선거에 나서지 않겠다”던 당초 선언을 뒤집고 후보자 등록 마감일인 18일 협회 사무국에 후보 등록 신청서를 냈다. 문제는 등록 마감시한을 지키지 못했다는 데 있다. 앞서 서울시협회는 이사회와 대의원 총회를 거쳐 후보자 등록 마감시한을 18일 오후 3시로 못 박았다.

 하지만 변 회장은 마감 시한을 한 시간가량 넘긴 18일 오후 4시쯤 협회 사무국에 슬그머니 후보자 등록 관련 서류를 들이밀었다. 협회 직원 일부가 “마감 시간을 넘겼으니 입후보가 불가능하다”며 막아섰지만, 회장의 권위를 내세우며 원칙을 무너뜨렸다.

 19일엔 한술 더 떴다. 정당한 절차를 거쳐 12일에 선출한 서울시협회 대의원회에 대해 “인정할 수 없다”며 해산을 결정했다. 서울시협회 소속 각급 학교에 공문을 보내 ‘24일에 대의원을 재선출하겠다. 회장 선거일도 28일에서 31일로 미루겠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축구계 관계자들은 이번 해프닝이 내년 1월 28일 열리는 축구협회장 선거와 관련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축구인은 “축구협회장 출마를 준비 중인 모 인사가 변 회장의 재출마를 부추긴 것으로 안다. 협회장에 입후보하려면 축구협회 대의원 3인 이상의 추천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축구인은 “14일 열린 여자연맹 선거에서도 ‘대리 투표’ 논란이 불거지며 파행이 빚어졌다. 당시에도 축구협회장 출마를 원하는 또 다른 인사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의혹이 있었다”면서 “몇몇 인사가 축구협회장 자리를 위해 축구계를 뒤흔들고 있다”고 불쾌해했다.

송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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