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학사들에 대한 기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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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우리나라의 봄은 각급 학교의 졸업「시즌」과 더불어 시작된다 하여도 과언이 아니다. 다년간의 형설의 공을 쌓은 보람있어 영예의 졸업장을 받아들고 교문을 나서는 젊은이들의 영광은 비단 그 개개인의 경사에 그치지 않고 나라와 겨레의 장래를 위하여서도 큰 희망이요, 자산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의미에서 우리는 온 겨레와 더불어 이들 모든 졸업생들에게 한아름씩의 꽃다발을 안겨주고 큰 축복을 보내고자 한다.
그 중에도 특히 16년 또는 18년의 긴 교육과정을 마치고 매년 대학을 나오는 새 학사·석사들에 대한 우리의 기대는 유별난 바가 있다 할 것이다. 「학위 등록제」등으로 졸업식 날짜가 약간 늦추어지고 있기는 하지만 올해에도 미구에 전국 98개 대학의 교문을 나서는 새 학사의 수효는 적어도 2만명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밖에 초대와 실업전문교 등 각종 고등 교육기관 졸업자까지를 합치면 이 달 안에 대학 과정을 마치고 사회에 진출하게 되는 젊은이들은 모두 줄잡아 3만5천명의 다수에 달할 것이다. 우리의 성인사회에 이만큼의 지적「엘리트」들이 불어난다는 사실 하나만을 가지고서도 이것은 나라의 큰 경사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한편 이들을 받아들이는 나라의 형편을 생각할 때 우리는 한편으로 이들에게 송구스럽고, 한편으로 태산과 같은 근심 걱정이 앞서는 것은 어찌할 수 없다. 비록 대다수가 일단 군문에 들어가야 하는 형편에 있다고는 하지만, 이들이 직접 사회에 진출하려고 해도 재학 중에 연마한 자질에 따라 각기 적당한 직장에 취업할 기회는 지극히 제한되어 있기 때문이다. 일조일석에 사회적 고용능력을 늘릴 수 없는 것이 우리의 실정이고 보면, 우리는 이럴 때일수록 이들 졸업생들의 자중자애와 그들의 지성인다운 긴 안목을 요청하지 않을 수 없는 심정을 갖게 된다. 그러므로 우리가 특히 이들에게 주고 싶은 말은 그들이 흔히 졸업식고사들에서 듣는바와 같이 졸업이란 결국 긴 인생에 있어서의 새로운 출발을 의미하는 「커멘스먼트」에 불과하다는 평범한 진리인 것이다.
우리는 그렇지 않아도 한국적인 혼란과 수난의 연쇄 속에서 교육을 받아온 우리 대학생들의 고민을 충분히 이해하고도 남음이 있다. 그들의 목마른 지적 욕구에 대해서조차 만족스러운 충족감을 채워주지 못한 것이 종래 우리나라 대학교육의 일반적 추세였고, 또 가중되는 경제난과 사회적 불안 가운데서 한국 대학생들이 사물을 긴 안목에 서서 깊고 넓게 관조하려는 인생관이나 세계관의 체득이 어려웠으리라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만하다. 그들 가운데에는 오히려 오늘에 쫓겨 사는 경망한 태도에 젖어 좌절감을 불식치 못한 채 교문을 나서게 된 경우가 더 많을는지도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이들에게 참다운 의미에서의 공부나 인생은 곧 졸업식과 더불어 시작된다는 그 간단한 사실을 거듭 강조함으로써 그들의 대성을 희구하는 축사로 대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 경우에 있어 그들이 받은 과거 10여년의 교육과정은 그것이 제아무리 불만족스러운 것이었다 하더라도 그들의 동년배의 수백만 동포들에 비하여 견줄 바 없을 만큼 큰 특전과 의무를 동시에 그들의 어깨에 짊어지게 해준 것임을 상기하도록 우리는 간곡하게 권하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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