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안보팀 내정 이를수록 좋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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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남북 관계에서는 투명성이 최우선적으로 보장돼야 한다.

진행 중인 모든 일을 국민이나 언론에 알려줄 수는 없지만 사후(事後) 투명성만은 반드시 확보돼야 신뢰와 협조를 받을 수 있다.

국가의 주요 정책 중에서도 특히 외교.안보는 초당적인 문제인 만큼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다.

북한과의 합의에 앞서 국민과 국회와의 합의를 이루도록 해야 한다. 그동안 이를 소홀히 해 왔는데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 북한팀이나 한.미관계 팀을 만들어 국내외의 컨센서스를 구축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 수 있다.

대통령의 임무는 국가안전보장이다.

통일 논의가 나오면서 안보가 소홀해진 측면이 없는지 살펴봤으면 한다. 국정운영의 지휘부가 어떤 가치관을 갖고 있는가 하는 면도 따져 보자. 대통령당선자가 이에 대한 명확한 인식을 가지고 임기를 시작해야 한다.

지금은 북핵 문제로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노무현 당선자는 취임 전까지 인수위 내에 특별팀을 구성해 북핵 문제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방향을 정해야 한다. 그리고 외교안보팀 내정자를 빨리 정해야 한다.

미국의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당선되기 전부터 외교안보팀에 누가 참여할지에 대해 윤곽을 드러냈다. 콘돌리자 라이스가 백악관의 안보팀 특보가 될 것이란 사실이 선거 기간에 알려졌다.

장관은 한번 임명하면 최소한 2년반은 일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김영삼 정부의 1기 안보팀 4인은 경험이 없어 취임 직후 터진 북한 핵 문제에 효과적으로 대처하지 못했다. 서로간에 의견이 맞지 않았고 배우면서 대처하려 했기 때문이다.

또 취임 전에도 계속 전문가들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외교.안보 문제를 제대로 정리하는 기간을 가질 필요가 있다. 미리미리 대처하지 않으면 우왕좌왕하게 된다.

경제 등 다른 문제들은 시간이 있지만 외교.안보는 다르다.

대통령 개인이 상명하복식으로 문제를 처리하거나 전문가의 견해를 무시하고 정권적 차원에서 결정하는 일은 절대로 없어야 한다.

특히 외교안보 분야의 경우 요직 인선 과정에서 밀실 결정을 피해야 한다. 국가 이익을 최우선시할 수 있는 올바른 국가관을 가진 인재를 등용하기를 권고한다.

한국과 미국은 같은 운명을 가진 동맹이었다. 그러나 북한의 경제상황이 악화하면서 동시에 군사적으로도 무력화되는 게 아닌가 하며 북한의 위협을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생겨났다.

한.미 관계는 '성숙하고 믿을 만한 동반자'가 돼야 한다. 대미 외교의 큰 줄기를 만들어 놓고 미국을 설득해야 하는데, 미국과 자주 부딪치면 한국에 대한 불신을 부를 수 있다.

통일의 기회가 다가오고 있지만 이 문제가 미국.일본과의 협력.공조 없이 풀릴 수 있겠는가 하는 점을 항상 생각해야 한다.

이런 문제들은 대통령이 항상 챙기고 필요하면 직접 나서야 한다. 대통령이 골치 아픈 외교 문제는 다른 사람에게 맡겨놓고 생색나는 것만 골라서 하려 들어서는 안된다.

영국의 마거릿 대처 총리는 외국 방문 때 외무장관을 거의 데리고 다니지 않았다. 자기가 현안이 무엇인지 잘 파악하고 있어 언제든 답변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 대통령들은 해당 장관들을 줄줄이 데리고 다닌다. 국제무대에서는 대통령 본인이 자신이 있어야 한다. 써주는 대로 읽어서는 안된다. 상대방의 의중을 꿰뚫어 보고 정보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은 세계 10위 경제대국이고 무역 의존도는 65~67%에 이른다. 일본(30%).미국(15%)에 비해 훨씬 높다.

그만큼 외부 환경이나 통상 질서에 결정적으로 영향을 받고 있다.

대통령 업무 가운데 안보와 통상을 포함한 대외 업무가 절반 이상의 비중은 차지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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