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에 눈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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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하느님께 감사드립니다』-이역만리 월남전선에 아들을 보낸 한 어머니가 사진 속의 아들과 해후하는 순간, 경건히 두 손을 모으며 눈을 감았다. 지난 9일 아침 대전문화원에서 중앙일보사 주최로 열린 월남종군특파원 최규장 기자의 귀국보고 강연회장에서 있었던 일이다. 사진 속의 주인공은 파월장병 가운데서도 가장 나이 어린 청룡부대 제13대대 제9중대 제32소대 군번931204의 해병상병 이명종(19)군. 그의 고향은 충남 대덕군 산내면 낭월리-.
이날 아침 최 기자의 월남전선종군 귀국보고 강연회가 있다는 「앰프·스피커」의 전파를 듣고 강연장소에 나왔던 이 장병의 어머니 정순임(53)씨는 우연히 사진 속의 아들을 발견하고 감격에 잠긴 채 두 손을 모았던 것이다.
그 앞을 떠날 줄 모르고 지켜보던 정씨는 이 장병이 보내온 지난 1월치 봉급의 일부로 가족들의 사진을 찍어 보냈으나 얼마 전에 온 회신에서 받았다는 말이 없으니 답답하다면서 다시 한번 아들사진 쪽으로 눈길을 옮겼다.
강연회가 끝난 후 정씨는 최 기자에게 『진정 내 아들이 저 사진처럼 씩씩하게 싸우고 있읍니까』하고 되묻기도 했다.
이웃에 산다는 정현모(52)씨의 말에 의하면 이 용사의 어머니는 행상으로 살아가는 어려운 살림. 아들이 파월 되던 작년 10월 이후로 품팔이 나가기 전엔 잊지 않고 정화수 한 그릇에 정성을 담고 아들의 무운을 빌어온다는 정 여인의 손등은 세 식구의 생계에 시달려 거칠기만 했다. 【대전=윤경운 주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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