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불 작가 신성희씨 22번째 개인전 열어

중앙일보

입력

"2차원과 3차원을 넘나드는 마티에르(질감) 의 대가."

재불(在佛) 작가 신성희(53) 씨에 대한 파리 평론가들의 평이다.

파리의 10대 화랑으로 꼽히는 보드왕 르봉 갤러리의 전속작가인 신씨는, 스위스 바젤 아트페어 등 대표적인 미술견본시에서 매년 출품작의 3분의 2 이상이 팔리는 인기를 누리고 있다. 서울 출생으로 홍익대를 졸업한 뒤 1980년에 프랑스로 건너가 현지에서 활동 중이다.


신씨의 초대전이 오는 11~25일 서울 사간동 갤러리 현대에서 열린다. 95년 이후 6년 만의 귀국전이자 통산 22번째 개인전.

출품작 30여점은 '공간에 대한 복합적 실험'이란 전시 제목처럼 평면을 뛰어넘는 독특한 회화들이다.

그의 작업방식은 매우 독특하다. 달리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다. 우선 캔버스에 유화를 그린다.자화상이나, 풍경.정물 등 내키는 대로다. 그림을 2~3㎝ 폭으로 모두 잘라낸다. 그러면 알록달록한 띠 수십개가 생긴다.

이어 다른 캔버스에 그림을 하나 더 그린다. 이것도 2~3㎝폭으로 찢되 양끝은 캔버스틀에 붙어있게 한다. 앞선 만들어둔 띠와 캔버스의 띠들을 서로 묶고 엮고 늘어뜨린다.

이렇게 해서 1층으로 끝난 것도 있지만 최근 것은 같은 작업을 세차례 겹친 3층짜리 회화다. 완성된 작품은 알록달록한 띠들이 복잡하게 직조된 채 독특한 질감과 깊이있는 공간감을 함께 느끼게 한다.

신씨의 철학은 평면을 조각내 죽인 뒤 이를 재조직해 새로운 의미공간으로 되살린다는 것.

"내 작업들은 찢어지기 위해 그려진다.찢는다는 것은 이 시대 예술에 대한 질문이며 그것이 접히고 묶이는 것은 곧 나의 답변이다"

"묶는다는 것은 나와 너, 물질과 정신, 긍정과 부정, 변증의 대립을 통합하는 시각적 언어다"

"나의 작업은 농부가 볏짚을 꼬아 멍석을 만들고, 아이들이 딱지를 접듯이 이뤄진다. 평면의 입체화는 원시 때부터 있어온 것이지 새로운 발견은 아니다."

이에 대한 파리화단의 평가는 "반짝이는 색채의 달인, 보이는 것의 연주자, 생각하는 직조자" "2차원과 3차원을, 표면과 볼륨을, 평면과 깊이를, 회화와 조각을 넘나든다"(프랑스 평론가 질베르 가스코) 는 것이다.

이번 전시엔 아들 형철(28.베르사유 건축학교 졸업) ㆍ딸 혜리(26.에스모드 파리 졸업) 씨의 공동작품도 함께 전시한다.

이들은 팀을 이뤄 포르투갈 포르토 국제의상 콩쿠르(지난해) 와 프랑스 디나르 의상 콩쿠르(올해) 에서 잇따라 대상을 받은 국제 패션계의 신예스타. 최근 프랑스 정부의 지원을 받아'Shin's'라는 멀티미디어 디자인 아틀리에를 설립했다.

이번 출품작은 골판지 더미를 쌓은 육면체에서 사람 형상의 입체를 잘라서 빼낸 조각작품과 가느다란 띠를 접착제로 이어붙여 만든 신개념 패션의상.

의상은 투명마네킹에 입히고 아래쪽에 비디오 카메라를 장착해 내부를 동영상으로도 보여준다.

11일 오후 5시엔 개막행사로 패션쇼도 열린다.02-734-6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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