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정직 공무원의 정치활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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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민중당은 장·차관을 비롯하여. 도지사와 내각기획관리실장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허용하고있는 별정직공무원의 정치활동 허용 범위를 대폭 줄이기 위한 공무원법 개정안을 이번 국회 회기 중에 제출하리라한다. 동당은 정치활동을 할 수 있는 공무원의 범위를 대통령과 국무총리 그러고 전임소장관에 국한시키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는 주장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별 정직 공무원의 정치활동허용을 글자로 한 현행 국가 공무원법은 작년9월 야당의원들이 총사퇴 소동을 벌여 국회출석을 「보이코트」하고 있을때 여당지원만으로 정부제안을 일당 국회에서 통과시켰던 것이다. 야당의원이 국회 출석을 「보이코트」한가운데 여당만의 일당국회가 그 의도대로 법개정을 자행하였다. 이는 또다시 그 법을 개정해야할 정당한 이유가 되지 못한다. 그렇지만 별정직공무원의 정치활동허용범위를 대폭 인정해 주는 것이 대통령책임제의원리이며, 또 그것이 우리나라 정치현실에 비추어 과연 올바른 조치인가 하는데 대해서는 의문이 크므로 우리는 정치활동을 할수 있는 공무원의 범위를 되도록 줄이자는 원칙에 찬동하면서 여기 그 논거를 밝히기로 한다.
첫째로 대통령책임제는 반드시 정당정치를 전제로 하는 정치기구가 아니라는 것이다. 대통령제의 「모델」국가인 미국에서는 백수십년을 두고 대통령이 집권당의 「톱·리더」 자격을 겸비해 가지고 입법부를 조정하고 있지만 이는 엄격한 삼권분립제하에서 조성되기 쉬운 행정부대 입법부의 대립·마찰을 피하기 위한 수단이지 결코 대통령제의 원리적인 요구는 아닌 것이다. 이것은 미국에서 대통령제하의 초대대통령으로 선출되었던「워싱턴」자신이 정당정치를 경계하고 기피했다는 사실만 가지고서도 알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대통령의 집권당의 「톰·리더」 겸한다는 것은 선거에서의 당선과 정권의 유지를 위해서 불가피하다하겠지만, 장·차관이 집권당에 가입하고 정치활동을 한다는 것은 원칙적으로 옳지 않다. 장·차관이란대통령의 행정보좌관에 지나지 않는 것인데 대통령이 연립정권을 구성했다고 가정하는 경우 장·차관에게 정치활동을 허용해주면 갑은 A당에, 속하고 을은 B당에 속해 행정부의사를 조종통합하기조차 곤란할 것이다.
둘째로 별정직공무원의 광범한 정치활동허용은 중앙행정·지방행정을 정당정치에 예속시키는 결과를 초래 할 우려가 다분히 있다는 것이다. 장·차관이나 도지사에게 정치활동을 인정 해주지 않았을 때에도 우리사회에 있어서는 그들이 대통령의 비위를 맞추고 그 자리를 유지하기 위해 집권당의 앞잡이로서 편파적으로 움직여 정치적으로 물의를 일으키기가 일쑤였다. 그런데 장·차관이나 도지사에게 정치활동을 허용해주면 그들은 자신이 갖고있는 행정적 권한을 자신의 정치적 리듬을 위해 남용 할 우려가 있음은 물론 집권당의 이익을 위해 악용할 가능성도 다분히 있다. 만약에 이런 우려나 가능성이 자못 현실화한다면 정부는 국민에게 봉사하기에 앞서 집권당에 봉사하러 할 것이요, 직업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을 보장할 수 없음은 물론, 정권의 평화적 교체의 가능성도 크게 축소될 것이다.
정권에 대한 관리와 정권에 대한 개인적지배가 엄격히 구분돼있지 아니한 사회에 있어서는 정치활동을 허용할 수 있는 공무원의 범위를 되도록 축소하는 것이야말로 정권의 민주적인 관리를 철저히 하기 위해서도 정권의 공기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도 또 절실히 요구되는 사항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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