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 처음 투표했어요 … 3인 인터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0면

탈북자, 귀화 한국인, 새내기 대학생. 19일 대통령 선거에 생애 처음으로 참가해 소중한 한 표를 던진 이들이다. 이들은 “첫 투표라 기쁘고 설렌다”며 “대통령이 어려운 대한민국호(號)를 잘 이끌어나가길 바란다”고 기대했다.

“이번 대통령은 북에 휘둘리지 말았으면 …”

탈북자 정재국씨

정재국(43·가명)씨는 2007년 12월 탈북해 한국 땅을 밟았다. 정씨는 “탈북에 성공한 직후 중국에서 TV로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되는 장면을 지켜봤다. 이번 대통령을 내 손으로 뽑을 수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며 감격스러워 했다.

그는 북한에서 경찰로 일하다 모함에 빠져 이웃과 가족으로부터 버림받았다. 탈북을 결심하고 실행에 옮겼지만 탈출 과정에서 4차례나 붙잡혔다. 북한으로 압송당해 갖은 고초를 당했다. 지금은 서울의 국민임대아파트에서 살면서 건설 근로자로 일하고 있다.

정씨는 “남한에서 지원을 해줬다는데도 굶어 죽는 북한 동포를 보며 가슴이 아팠다”며 “탈북자들은 보다 현명한 대북 정책을 내세운 후보에게 마음이 끌린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대통령은 북한에 휘둘리지 않고 당당한 대한민국의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이제야 한국인 실감 … 귀화인 챙겨주세요”

중국동포였던 송임철씨

중국동포 송임철(24·사진)씨는 중국 톈진(天津)에서 살다 2009년 한국에 귀화했다. 중국에서 태어나 학교에 다녔지만 할아버지의 고국을 잊지 못해 가족과 함께 한국행을 택했다. 송씨는 “대통령을 내 손으로 뽑는다고 하니 이제야 한국인이라는 게 실감 난다”며 “나라를 먼저 생각하는 대통령을 뽑았다”고 말했다.

송씨는 중국에서 고등학교까지 마쳤지만 졸업장이나 학적증명서를 구할 수 없어 한국에서 대학 진학은 불가능한 상황이다. 현재 인터넷을 통해 컴퓨터 사무를 배우며 취직 준비를 하고 있다. 그는 “귀화 한국인들은 한국 문화에 적응하기도 힘들고 집과 직업을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며 “우리도 한국 국민인 만큼 대통령이 지원 정책을 펼쳐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젊은층은 진보? 친구끼리도 의견 갈려요”

새내기 대학생 이현창씨

1993년 6월생인 새내기 대학생 이현창(19·사진)씨는 이번이 생애 첫 선거다. 이씨는 “대통령을 선출하는 데 일조할 수 있어 기뻤지만 너무 금방 끝난 것 같아 조금 허무했다”며 웃었다. 그는 친구들과 첫 투표를 앞두고 정치에 대해 처음으로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투표 새내기’들은 특히 대북 정책을 놓고 의견이 엇갈렸다고 했다.

이씨는 “취업은 아직 몇 년 남겨놓고 있어 청년실업 문제보다는 대북 정책이 이슈가 됐다”며 “젊은 세대는 모두 야당 성향이라고 생각하는데 대북 퍼주기를 경계해 여당을 지지하는 친구도 꽤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선거는 TV토론과 인터넷이 화제가 돼 젊은 세대도 정치에 많은 관심을 갖게 됐다”며 “친구들은 정치를 진지하기보다 유머러스하게 받아들이는 측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