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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라소식」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탐라는 봄이 오는 길목. 바닷바람에 실려 남쪽의 봄 향기가 불어오면 맨 먼저 동백의 붉은 입술이 웃는다.
귤 밭의 누런 열매가 익어 가는 계절.
탐라의 봄은 새해 들면서 비롯된다.
저 멀러 삼별초의 젊은이들이 북방의 침략자 원나라와 맞서 싸우던 곳. 호마의 말발굽소리의 여운은 아직도 살아있어 말들의 울음소리가 높다.
높지도 낮지도 않은 펑퍼짐한 구릉엔 고삐 없는 말떼들이 풀을 뜯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한라산엔 눈이 깊지만 전복 따러 바다에 들어간 해녀들의 휘파람 소리에 봄은 익어가고 있다.
벌써 「온수 귤」의 수확은 끝났고 「하귤」의 탐스러운 누런빛이 붉은 동백꽃과 나란히 햇볕을 손질하고있다. 「온수 귤」 한 개에 30원. 한 그루에서 최고 1백 20관을 땄노라고 자랑하는 서귀포 근처의 한 촌노는 『땅 한 평에 일만 원을 주고도 사기 어렵다』고 했다.
그 옛날 귀양살이의 서러움을 안고 지내던 탐라는 관광의 섬으로 모습을 바꾸어가고 있다. 『푸른 바다 건너서 봄이봄이 와요… 제비앞장 세우고 봄이봄이 와요』 어린이들의 노래이지만 탐라의 봄은 한라산의 눈보라 속에서 의향을 뿜으며 제비를 맞아준다. 봄이 왔다.
이제 탐라의 봄은 북을 향해 한 발짝 또 한 발짝 걸음을 옮기고 있다. 봄과 함께 심어질 복된 나날을…

<글·장병칠><사진·조용훈|장홍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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