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창력있어야 서는 '라이브 무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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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션이라면 한번쯤 서보고 싶은 무대, 립싱크가 추방된 공간, 연인과 음악을 들으며 사랑에 젖고 싶은 낭만의 장소….

이런 단상에 빠지게 만드는 KBS-2TV '이소라의 프로포즈'(토요일 밤 12시25분) 가 오는 20일 방송 5주년을 맞는다. 횟수로 치면 2백50번째 프로포즈다.

토크와 음악으로 꾸미는 '이소라의…'는 진행자의 이름을 걸고 방영되는 TV 프로그램 중 최장수 프로다.

1996년 10월 첫 전파를 탄 이래 새벽 1시가 넘어서 끝나는 심야 프로임에도 불구하고 5~7%대의 꾸준한 시청률을 보이며 고정팬을 확보해 왔다. 녹화가 있는 화요일이면 KBS 공개홀엔 1천명이 넘는 연인과 청소년들이 몰려든다.

"만감이 교차합니다. 그러나 막상 5년이란 숫자밖에 기억에 안 남는군요."

박해선 총괄PD는 프로그램 장수의 일등 공신으로 진행자 이소라를 꼽았다. 하지만 무명이나 다름없었던 이소라를 진행자로 전격 발탁한 것은 그였다.

"진행자는 출연자를 담을 수 있는 그릇이어야 합니다. 이소라는 순수하고 착해서 출연자들과 잘 융화하는 한편 어떤 가수도 압도할 수 있는 탁월한 가창력과 힘을 지녔죠."

실제로 '이소라…'는 진행자의 독특한 색깔이 프로그램 전체의 분위기를 끌고 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언뜻 어눌하고 수더분해 보이는 말투로 칼칼하게 정곡을 찌르는 이소라의 진행에 매니어 군단까지 생겼다. 넉넉하게 무대를 압도하는 매너도 5년의 경륜이 만들어낸 작품이다.

5년간 이 프로를 지휘해 온 박PD의 책상 위에는 누렇게 색이 바랜 1996년도 기획안이 아직도 놓여 있다. ▶객석과 무대가 하나가 되는 공간▶라이브로만 하기▶묻혀버린 좋은 노래 발굴▶시청률에 연연하지 않는다 등의 구절이 눈에 띈다.

그리고 이 초심(初心) 은 대부분 실현됐다.

먼저 이들은 이제껏 한번도 출연자의 립싱크를 허용하지 않았다.

이 프로가 가창력을 검증하는 무대로 통하는 건 그 때문이다. 박정현.박효신.박화요비 등 수많은 가수들이 여기서 라이브 실력을 인정받고 인기를 얻었다.

립싱크를 예사로 하는 댄스 가수들도 무리를 해서라도 이 프로의 문을 두드렸다.

외국의 유명 가수나 영화배우 등도 '이소라…'의 명성을 듣고 출연을 자청했다.

제시카.스콜피언스.캐럴 키드.시크릿 가든.파트리샤 카스.리처드 막스.바네사 메이.미샤 마이스키.조지 윈스턴.브라이언 맥나이트 등 뮤지션과 '포에버 탱고'팀, 영화배우 장궈룽(張國榮) .리밍(黎明) 등을 여기서 만날 수 있었다.

제작진은 오는 20일 5주년 특별 무대를 방영한다. 만난 지 5년 된 커플이나 결혼한 지 5년 된 부부들을 방청객으로 초청한다. 이소라도 자신과 듀엣곡을 불렀던 이문세.조규찬.김민종 등 5명과 함께 축하 무대를 꾸민다.

된장은 묵어야 제맛이라고 했던가. 그간의 성과에 만족하지 않고 "최소한 10년은 끌고가고 싶다"고 말하는 제작진의 결의가 반갑게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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