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OL 타임워너 '오사마 핑계'로 구설수

9.11 미국 연쇄테러사건은 여러가지 문제를 안고 있는 미국의 각 경제부문에 `오사마 핑계'라는 훌륭한 구실을 제공해 주고 있다고 인터내셔널 해럴드 트리뷴지(紙) 가 9일 보도했다.

IHT는 며칠전 미국의 거대 첨단기업인 AOL 타임워너가 올해 당초 발표한 실적 예상치를 달성하지 못할 것이라고 공표하면서 "9.11 테러가 업계에 미친 영향"을 원인으로 지적한 뒤 각 경제부문에서 테러 후유증을 호소하며 손을 벌리고 있으며 심지어 정치인들도 이를 이용해 정치적 이익을 챙기고 있다고 비난했다.

신문은 이런 행위를 마치 "숙제를 개가 먹어버렸다"고 얼버무리는 학생들의 핑계만큼이나 우스꽝스런 일로 풍자했다.

IHT에 따르면 9.11 테러이전에도 광고시장의 불황때문에 경영압박을 받았던 AOL 타임워너가 이 방법을 고안하면서 유사한 전략이 즉각 복제됐으며 이제는 "모든 구실의 어머니 역할을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타임워너의 뒤를 이어 갖가지 이유로 실적부진을 변명하던 `아마존 닷컴'이 오사마 카드를 들고 나왔고 마이크로테크놀러지는 지난주 200명의 직원을 추가 감원하면서 "9월11일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상기해 보라"고 큰 소리를 쳤다.

이밖에도 선가드 테이터 시스템과 같은 소프트웨어 업체는 물론이고 노인용 혈전용 해제를 만드는 의약품 업체는 물론이고 테러사건때문에 호황을 맞고 있는 슈퍼마켓 체인중 윈-딕시 스토어도 경영부진의 원인으로 `오사마핑계'를 들고 나서는 지경이 됐다.

문제가 있으면 `오사마를 갖다댄다'는 판국이다. 신문은 경영상태가 극히 나쁜항공업계에 수십억달러의 자금을 쏟아부을때도 땅콩 경작 농민에게 향후 10년간 수십억달러를 지원할 때도 오사마를 부르 짖으면 되고 이를 반대하면 바로 그것은 "비애국적"으로 낙인 찍히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많은 경제전문가들은 기업들의 이런 행위를 "부끄러운 짓"이라고 혹평하면서 테러사건이 미국경제에 타격을 준 것은 분명하지만 확실히 어떤 기업은 다른 이유때문에 문제가 생겼다"고 지적한다.

경제전문가들은 또 현재 상황을 진주만 공습당시와 비교하면서 "과거에는 모두가 짐을 나눠 가지려했지만 이제는 양상이 판이하게 변해 모두 자기 이익만을 챙기는 양상"이라고 개탄했다.

IHT는 말미에서 기업들의 자기 잇속 챙기기 풍조를 개탄하면서도 이는 정치권이 먼저 나쁜 선례를 보여줬기 때문이라고 화살을 돌리고 조지 W 부시대통령의 군사.정치적 대응에 대한 초당적 지지는 결국 정치적 이해에 따른 나눠먹기식의 정책으로 타락하고 말았다고 설명을 붙였다.

이 과정에서 수십년동안 자본이득세 경감방안을 추구해 오던 공화당은 빈 라덴이라는 우군을 만난 셈이 됐고 저소득층에 대한 세금환급을 열망하던 민주당원들도 원군을 만난 셈이라는 지적이다.(파리=연합뉴스) 김은주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