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증권계 촉망받는 컴퓨터 전문가 된 입양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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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살 때 경기도 어디에선가 버려진 채 발견된뒤 입양기관에 의해 미국으로 건너갔던 아이가 뉴욕 증권가에선 없어선 안 될 주식거래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등 촉망받는 컴퓨터 전문가로 변신해 모국을 찾았다.

화제의 주인공은 버지니아주립대 공과대학을 졸업하고, 투자자들에게 주식거래소프트웨어와 중개서비스를 제공하는 에지트레이드사의 기술대표인 조엘 라벨(30)씨이다.

재외동포재단(이사장 권병현)의 초청으로 '제2회 재외동포청년과학기술자대회(YTEC 2001)'에 참가하기 위해 지난 7일 모국을 찾은 조엘 라벨씨는 뉴욕에 유학 온 김현숙(28)씨와 결혼하기까지 이미 네 차례 한국을 방문한 일이 있다.

남산골 한옥마을에서 있었던 '김치체험' 시간에 만난 조엘 라벨씨는 자신이 난생 처음으로 담근 김치를 부산에 있는 장인, 장모에게 선물할 수 있게 되었다며 싱글벙글 즐거워했다.

친부모를 찾을 생각이 없느냐고 묻자 조엘 라벨씨는 "아직 그런 생각을 할 시간이 없었다. 지금도 소프트웨어개발 등 미국에서 할 일이 더 많다"며 "하지만 나중에시간이 되면 한국에서 살고 싶고 그때 부모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겠다"고 대답했다.

그러면서 그는 "한국에 기여하고 싶다. 나스닥에 상장할 한국 기업이 있으면 적극 돕고 싶다"며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더 한국과 한국문화에 끌리고 있다"고 말했다.

아내 김씨와의 결혼도 바로 그 '끌림' 때문이냐고 묻자 무엇보다 '사랑'이 우선이고 그 다음이 자기 안에서 꿈틀대는 감정 때문이라고 털어 놓았다.

언젠가는 모국에 돌아와 자신을 필요로 하는 회사에서 열심히 일하며 한국인으로 살고 싶다는 조엘 라벨씨는 "한국 성이 '조씨'라는 것 외에는 모른다"며 "언젠가 는 입양기관을 찾아가 나의 정체성을 찾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행사에 참가한 조엘 라벨씨를 비롯한 6개국 39명은 9일 대덕연구단지를 방문, 한국 과학기술의 발전된 모습을 돌아본다. (서울=연합뉴스) 왕길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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