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기자수첩] 공중파TV 한글날 외면하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공중파 TV가 한글날을 너무 홀대하고 있는 느낌이다.

KBS 1.2TV와 MBC, SBS, EBS 등 4개 공중파 방송사 5개 채널을 통틀어 `한글날특집'이라곤 MBC의 '한글 창제 555주년 특집-한글 라후 마을로 가다'(9일 오전 11시5분) 하나 뿐이다.

오락 정보 프로인 MBC「21세기 위원회」(8일 오후 7시25분)와 EBS 「우리말 우리글」(수요일 오후 8시30분)이 기존 프로그램에 한글날에 적합한 주제를 포함시키기는 했지만 한글날의 중요성에 비춰보면 다소 인색하다는 생각이 든다.

방송사들은 한글날이 법정 공휴일이 아닌데다 한때 영어 공영어 논란이 있을 만큼 한글에 대한 관심이 줄어든 현실에서 당연하다는 반응이다. 그러나 이런 견해는97년 유네스코가 훈민정음을 '세계기록문화유산'으로 등재하면서 한글의 우수성에대한 평가가 높아지고 한글에 대한 국민들의 애착이 남아 있다는 사실을 간과한 것이다.

또 공중파 방송사들이 한글날 특집을 외면하는 것이 올해 뿐만이 아니고 시청자들도 굳이 방송사의 한글날 관련 프로를 기대하지 않는 분위기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올 4월에는 여야 의원들로 구성된 '한글날 국경일 추진을 위한 의원 모임'이 `한글날 국경일 제정을 위한 법률안'을 내놓으면서 한글날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고 있다.

'한글날 국경일 제정 범국민추진위원회'가 범국민 결의대회를 갖고 서명운동을벌이고 있고 경주박물관의 신라 성덕대왕 신종이 한글날인 9일 오전 10시 타종된다.

한글날 하루 전날인 8일에는 경기도 여주 세종대왕 영릉 앞에서 '세종대왕 헌정음악회'가 열린다. 국회와 한글학회 등이 추진하는 '한글날 공휴일 복원운동'의 일환이다.

문화관광부도 제555돌 한글날을 맞아 태국 부라파 대학 파쑥 꾼라와닛(67) 총장에게 은관문화훈장을 주기로 하는 등 한글과 우리 문화에 대한 홍보에 신경을 쓰고있다.

이런 마당에 공중파 방송사들이 한글날을 홀대하는 것은 우리나라의 대외 이미지를 우리 스스로 해치는 일이라는 지적을 받을 만하다. 방송사들은 또 한글날 특집프로를 편성하는 것과 한글이나 우리 문화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것은 다르다고 말한다.

그러나 시민언론단체와 학부모단체 등이 올해 들어 몇 차례 '방송언어 저질화'를 지적한 것을 보면 방송사들이 우리말의 중요성과 바른 언어생활의 필요성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다고는 보기 어렵다.

또 특집 프로그램의 경우 제작비가 많이 드는 반면 광고비 등 수익을 기대하기힘든 측면이 있지만 공중파 방송의 공영성과 공공성에 대한 재인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서울=연합뉴스) 강진욱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