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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부.정부.거래소가 주가조작 조장.방치한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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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거래소 직원이 사법부.정부.거래소가 주가조작을 비롯한 증시 불공정행위를 방치.온존시키고 있다고 통렬히 비판해 관심을 끌고있다.

김정수 증권거래소 감리총괄팀장은 8일 `시세조종규제의 이론과 실제'라는 보고서에서 ▲사법부의 경우 수천억의 부당이득을 챙긴 초대형 범법자에게 집행유예 선고와 함께 수십억원의 벌금형을 내리는 게 고작이고 ▲증권거래소는 우선주 가격이주가조작에 의해 수십배로 폭등하는데도 속수무책이며 ▲정부는 증시위축과 증권사수익감소를 두려워 해 허수주문을 이용한 주가조작을 방치했다고 질타했다.

김 팀장은 투자자들에게 광범위하고 막대한 피해를 주는 시세조종에 대해 사법부가 지나치게 관대한 조치를 내리는 등 엄정한 법집행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99년 발생한 현대전자 주가조작 사건의 경우 무려 6개월간 2천억원을 넘는거대한 자금을 동원, 1천500억원의 이익을 챙긴 사상유례없는 대형 범죄인데도 L회장 등 관련자 모두에 대해 법원이 집행유예와 함께 불과 70억원의 벌금형을 선고한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그는 밝혔다.

지속적인 고가매수 주문에 의한 시세상승 유도와 하루 최대 149회에 이르는 분할매수, 1천200여회나 되는 허수주문의 남발, 59회에 걸친 종가조작 등 가능한 모든시세조종수단이 동원됐는데도 사법부의 판단은 이상하게 관대했다는 것이다.

또 작년 코스닥시장에서 발생한 세종하이테크과 테라의 시세조종 사건도 마찬가지로 관련자 대부분에 대해 집행유예가 선고됐을 뿐이며 최근 한국주강사건의 경우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회피손실액이 11억원인데도 대법원은 불과 2억원의 벌금을 부과했다고 전했다.

김 팀장은 "사법부는 정의실현의 마지막 보루이며 증권시장과 투자자 보호의 마지막 보호자"라면서 "최근 잇따라 발생하는 시세조종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철저한법집행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와함께 그는 주가조작의 대상이 되고 있는 우선주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고있는 증권거래소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99년 여름 대구백화점 보통주는 1만원을 밑돌고 있는데도 4천300주에 불과한 우선주 가격은 작전세력에 의해 80만원을 웃돌았고 당시 대부분의 우선주들도 덩달아 수십일간 상한가를 기록했다가 다시 수십일간 하한가로 폭락하는 파동이 발생했다고 그는 전했다.

김 팀장은 "이미 상장돼 있는 우선주의 경우 환금성과 관련한 투자자 보호문제가 있다는 이유로 증권거래소가 상장폐지를 못한 게 문제"라면서 "시장의 공정성을위해서는 기본적인 거래량 규모에 못미치는 주식에 대해서는 상장폐지를 검토해야한다"고 말했다.

또 증권사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이 확산되면서 작년초부터 수십만주에서 수천만주에 이르는 대량의 허수성 호가가 나타났다가 순식간에 사라지는 방식의 시세조종이 급증하고 있는데도 그동안 정부는 문제의 핵심인 총호가수량 공개제를 없애는데 늑장을 부렸다고 그는 지적했다.

총호가수량을 공개하지 않으면 데이트레이딩 감소와 함께 증시가 위축되고 증권회사도 수익면에서 타격을 입는다는 걱정 때문이었는데, 시장의 공정성을 훼손하면서까지 투자자에게 많은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는 발상은 순서가 뒤바뀐 것이라고 밝혔다.

이밖에 김 팀장은 증시 불공정행위를 막기 위해 ▲증권거래소와 증권업협회에자율규제기관으로서의 시장감시 기능을 강화하는 조치를 취해야 하며 ▲다양한 유형의 시세조종이 등장하는 만큼 증권거래법에 불공정행위에 대한 포괄적 규제조항을신설해야 하고 ▲형사고발이 적절치 않은 불공정행위에 대해서는 민사제재금제도를도입해 부당 이득금을 철저히 환수해야 하며 ▲현물-선물 차익거래를 위한 시세조종가능성에 대해서도 규제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윤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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