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달’ 형님한테 이기는 법 배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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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임달식 감독(左), 위성우 감독(右)

상하 관계에서 수평 관계로 변한 두 남자의 맞대결이 여자프로농구를 흥미진진하게 만들고 있다. 임달식(48) 신한은행 감독과 위성우(41) 우리은행 감독이 주인공이다.

 둘은 신한은행의 전성시대를 함께 열었다. 안양 SBS와 동양 오리온스, 울산 모비스에서 주로 식스맨으로 뛰었던 위 감독이 2005년 먼저 신한은행에 코치로 입단했다. 현대전자에서 1993년 은퇴한 임 감독은 2001년 조선대 감독을 맡아 대학 2부리그 팀을 3년 만에 1부리그로 승격시켰고, 2007년 신한은행 사령탑으로 부임했다. 이때부터 둘은 신한은행의 6연속 통합우승 가운데 2007~2008시즌부터 2011~2012시즌까지 5연속 우승을 함께했다.

 스포트라이트는 임 감독에게 집중됐다. 지난 시즌 전주원·진미정이 은퇴하고 정선민이 이적했지만 신한은행은 또다시 통합우승을 차지했다. 임 감독에겐 ‘농달(농구의 달인)’이라는 별명까지 붙었다.

 위 감독은 묵묵히 코치 역할을 수행하며 임 감독을 보고 배웠다. 그리고 지난 시즌이 끝난 후 편안한 울타리를 떠나 4시즌 연속 최하위에 그쳤던 우리은행 감독으로 부임했다. 위 감독은 당시를 회상하며 “편한 길을 버린다는 게 쉽지 않았지만 내 힘으로 도전해 보고 싶은 욕망이 생겼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을 맡은 위 감독은 강한 체력을 바탕으로 40분 내내 상대를 압박하는 전략을 썼다. 임 감독 스타일이다. 선수들이 조금이라도 나약한 자세를 보이면 위 감독은 심한 말도 서슴지 않았다. 훈련이 힘들어 은퇴하겠다는 선수가 나올 정도로 그는 체력훈련을 강조했다. 위 감독은 “임 감독님께 선수단을 장악해 이기는 법을 배웠다. 임 감독님은 강한 카리스마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17일 안산 와동체육관에서 열린 두 사령탑의 올 시즌 네 번째 맞대결은 위 감독의 승리로 끝났다. 우리은행이 28점·16리바운드를 기록한 외국인 선수 티나 톰슨의 분전에 힘입어 69-64, 5점 차 승리를 거뒀다. 우리은행은 시즌 15승(4패) 고지를 밟으며 리그 단독 선두를 지켰고, 신한은행과의 올 시즌 상대전적도 2승2패로 동률을 이뤘다.

 경기 후 위 감독은 “신한은행과 맞대결을 앞두고 선수들에게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부담감을 버리라’고 주문한 것이 주효했다”고 말했다. 임 감독은 “위 감독이 좋은 팀을 만든 것 같다”고 칭찬했다.

오명철.송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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