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육감 선거도 네거티브 폭로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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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서울교육감 선거(19일)를 이틀 앞둔 17일 후보들 사이에선 고발과 폭로전이 벌어졌다. 서울 초·중·고생 126만 명의 교육을 책임지는 교육감 자리를 두고 공약 대결보다는 상대 후보에 대한 비난과 정치공세가 계속되고 있다. 보수진영에선 문용린·최명복·남승희 후보가, 진보진영에선 이수호 후보가 막판까지 3대 1 대결을 벌이고 있지만 네거티브 공세는 보수와 진보 구분이 없는 상태다.

 네거티브에 가장 적극적인 쪽은 진보진영 이수호 후보다. 이 후보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문 후보를 공격했다. “문 후보가 특정 사교육업체의 골프장 회원권을 갖고 있는 등 유착 의혹이 있다”는 것이다. “새누리당 SNS팀이 조직적으로 자신에 대한 악플을 단 것 같다”는 주장도 했다.

 이 후보 측은 또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를 공직선거법상 후보자 비방 혐의로 서울시선관위에 고발했다. 문제를 삼은 건 박 후보의 전날 TV토론 발언 내용이다. 박 후보는 16일 교육분야 토론에서 “전교조가 학교현장을 혼란에 빠뜨렸다” “문재인 후보가 전교조 위원장 출신인 이 후보와 손을 잡고 지지를 호소한다”는 등의 발언을 했다. 지난 8일과 15일 문 후보의 광화문 광장 유세에 이 후보가 참석해 은연중에 지지를 부탁한 사실을 비판한 것이다. 이 후보 측은 “박 후보가 편향적인 시각으로 전교조를 비판해 당락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보수성향의 최명복·남승희 후보는 폭로전에 나섰다. 최 후보는 17일 기자회견에서 “문용린 후보를 추대한 보수단체 간부 A씨가 지난주 전화로 세 차례 사퇴를 종용했다”고 폭로했다. 녹취록에 따르면 A씨는 최 후보에게 “다음 선거에서 서울시교육감으로 밀어줄 테니 이번 선거에선 반(反)전교조 노선에 동참해달라”며 사퇴를 요구했다. 최 후보는 “공정하고 신성해야 할 교육감 선거에서 부도덕하고 비상식적인 행태가 난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A씨는 “최 후보가 도와달라기에 조언한 것일 뿐 회유나 협박은 아니었다”고 반박했다.

 보수성향의 남승희 후보는 이날 “여론조사 3위였던 이상면 후보가 14일 급작스레 사퇴하고 문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많은 시민이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라며 사퇴 과정에 의혹을 제기했다. 남 후보는 지난 10일 한 보수단체 간부로부터 “사퇴하지 않으면 무슨 일을 벌일지 모른다”는 협박을 받았다며 녹취록을 공개하기도 했다. 현재 이 사건은 서울중앙지검에서 수사 중이다.

 문 후보 측은 다른 후보들의 의혹 제기에 강하게 반발했다. 황석연 소통실장은 “이 후보의 사퇴는 교육을 위한 살신성인이자 아름다운 양보였다”며 “이 같은 공격은 유력 후보에 대한 일종의 ‘노이즈 마케팅’”이라고 주장했다.

 교육감 선거에 대한 실망감도 커지고 있다. 한 공립고 교감은 “학생들에게 모범이 돼야 할 교육감 선거가 정치 다툼으로 변질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한길·이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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