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공 대신 마이크 잡은 ‘삼손’ 이상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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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돌고 돌고 돌고 노래하고 다시 돌고 돌고 돌고” (중략)

12일 홍대에 있는 라이브클럽 슬러거(SLUG.er.co.kr). 록가수를 연상케 하는 긴 갈기머리. 낯익은 얼굴이 무대중앙에서 눈에 띄었다. LG트윈스 소속의 ‘야생마’ 이상훈(33). 야구선수인 그가 왜 그곳에 있었을까. 그 궁금증은 얼마안가 곧 풀렸다.

관객을 압도하는 무대매너. 가수 뺨치는 가창력. 이상훈은 이날 만큼은 그라운드를 휘젓고 포효하는 야구선수가 아니었다. 지난 해 12월 팬들과 첫 만남을 갖고 자신의 노래 실력을 보여준 이후 두 번째로 갖는 개인 무대 공연이었다.

해외 진출 전 언더 그룹 가수들과 친분을 쌓고 어울려 연주를 했던 그는 올 시즌 이들과 함께 팬들을 만날 수 있는 자리를 추진하게 되었고, 결국 개인 공연으로 이어지게 된 것이다.

언더그룹 e.g.s.s의 공연이 끝난 후 무대에 오른 이상훈은 특유의 카리스마적 말투로 분위기를 이끌어나갔다. 한 여성팬이 지난 첫번째 공연 때보다 머리가 많이 자란 것 같다고 하자 “야한 생각을 많이 해서 그렇다”고 재치 있는 대답을 보이기도 했다.

곧 이어 두터운 점퍼를 벗고 무대에 오른 이상훈의의 두 번째 공연이 시작됐다. 첫 곡으로 그는 자작곡 ‘제목없음’(마땅한 제목이 떠오르지 않는다며)을 부른데 이어 김종서의 ‘겨울비’를 맛깔스럽게 소화하면서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이어 전인권의 ‘돌고 돌고 돌고’를 열창하자 열성팬 80여명은 열광했고 탄력 받은 이상훈은 열창에 열창을 거듭하면서 팬들과 하나가 되어갔다.

공연 중간중간엔 록가수들이 자주 선보였던 헤드뱅(머리흔들기)과 물을 관중에게 뿌리는 무대매너도 선보이기까지 했다.

6살 된 아들을 데리고 공연을 보러 왔다는 한 주부는 “인터넷에서 (이상훈의 노래를) 듣고 용기를 내서 왔는데 실제로 들으니 너무 잘 부른다”며“앞으로 이런 자리가 자주 있었으면 좋겠다”는 소감을 밝혔다.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와의 달콤했던 시간을 보낼 수 있었던 팬들은 스타의 숨겨진 노래실력도 들으면서 하나가 되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잊지 못할 하루로 기억될 것이다.

한편 이상훈은 앞으로의 계획을 묻는 질문에 “19일 호주로 전지훈련을 떠나고 개인 공연은 시즌 후에 다시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Joins 이병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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