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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교 특허국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요즈음 우리 문교부에서는 참신한 「아이디어」를 계속 연타하여 세상 사람을 놀라게 하고 있다. 학사 등록제, 대학의 감독관 파유, 전 학원의 ROTC제 실시-이번에는 또 대학의 학생 자치회 간부를 간선제나 임명제로 바꾼다는 안을 내놓았다. 모두가 범인의 머리로는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기발한 「아이디어」이다. 특허국을 상공부에 둘 것이 아니라, 문교부에 편입시키면 어떨까 하는 생각까지 든다.
미래의 형광이 학원의 잔디밭에 잠들어 있다는 것은 새삼스러운 이론이 아니다. 『「워털루」의 승전은 오직 「이튼」교의 마당에서 이루어진 것』이라는 「웰링턴」 장군의 명언에서도 이미 그것은 지적되어 있다. 우리의 근대화 역시 학원의 교정에서 피어난 것이라는 주장도 억지는 아닐 것이다.
영국의 역대 재상과 지도자들은 모두가 「옥스퍼드」 아니면 「캠브리지」 출신들이며, 그중에서도 학생회장을 지낸 경력의 소유자들이 많다. 이 양 대학의 학생 「유니언」은 그대로 영국 상·하원의 축쇄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강의실보다도 이 학생 자치회를 통하여, 그들은 한 사회인으로서의 절도와 규율과 책임을 배웠다. 완전한 자치제로 운영되는 학생회에서는 신문·잡지의 간행은 물론, 기숙사의 식사 문제에서 사동의 처리에까지 미치지 않는 데가 없다. 그래서 영국 의회 제도의 전통은 대학 학생회에서 시작되었다는 말도 있다.
우리의 근대화는 주체성을 기르는데서, 그리고 그 주체성은 독립심 즉 매사를 자치적으로 해나가는데서 발휘된다. 그런데 어째서 문교부는 자치회 간부를 「비자치적인」 선출로 바꾸려고 하는 것일까? 학생 회장 선거에 금품 거래 있다는 불미점을 없애기 위한 방안이라고 하는데, 이것은 꼭 전기가 누전 될 때 그것을 고치려하지 않고 촛불을 켜자는 안과 맞먹는다.
학생의 자치 능력을 길러주어야 할 문교부가 도리어 그런 기회를 뺏는다는 것은 조국 근대화의 큰 목표를 저버리는 일이다. 문교부의 사고 방식은 매사가 그렇다. 「아이디어·메이커」까지는 좋은데 「트러블·메이커」가 되지 않도록 선의의 충고를 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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