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비디오] 메멘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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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 : Memento
출시일 : 2001/10/12
출시사 : DMV
장르 : 스릴러·액션
감독 : 크리스토퍼 놀란
주연 : 가이 피어스, 캐리 앤 모스
러닝타임 : 112분
등급 : 15세
제작년도 : 2000
제작국가 : 미국

10분 이상 기억을 지속시키지 못하는 단기 기억상실증 환자 레너드. 그가 기억하는 것은 세 가지 뿐이다. 자신의 이름, 아내가 살해당했다는 것, 그리고 범인이 존 G라는 사내라는 것. 자신이 전직 보험 수사관이라는 것도 타인에 의해 기억하는 정보이다. 이 몹쓸 병에 걸린 것은 아내가 누군가에게 강간당하고 살해당한 날부터. 극심한 충격이 가져온 후유증이다.

그는 짧은 기억을 보존하기 위해 모든 방법을 동원한다. 메모, 사진, 심지어 문신까지. 몸 전체를 뒤덮은 글자들이 그의 기억을 지탱해주고 있다. 어쨌든 범인을 찾아내려면 정보를 수집하고 기억해 내야 하기 때문이다.

한편 웨이트리스 나탈리와 테디라는 직업을 알 수 없는 남자가 항상 그의 주변을 맴돈다. 그들은 레너드를 예전부터 잘 알고 있는 것 같지만 자신은 그들이 늘 새롭다. 만난 지 10분만 지나면 그들의 존재를 까마득히 잊어버리는 탓이다.

마약 조직의 오해를 받으면서까지 정보를 제공하는 나탈리는 테디가 범인임을 암시하는 단서를 주고, 테디는 절대로 나탈리의 말을 믿어서는 안 된다고 충고한다. 이들 사이에서 레너드는 극심한 혼란을 겪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그렇게 혼란에 휩싸여 있는 순간에도 그의 기억은 손실되고 보충되는 과정을 반복하고 있다는 것.

포인트
네티즌들이 먼저 열광한 경우치고 재미있는 영화는 없다? 그러나 예외는 있다. 거대한 직소(Jigsaw)를 맞출 때와 같은 집중력과 끈기가 요구되지만 다 맞췄을 때의 짜릿함은 상상을 초월한다. 당신의 호승심을 자극하는 고난도 스릴러.

제작비와 스타와 아낌없는 홍보가 모든 경우에 참인 것은 아니다. 적은 돈으로 예상 밖의 성적을 거두고 이를 토대로 더 나은 환경에서 더 좋은 영화를 만들 때, 비로소 생산적인 담론의 장이 마련된다. 물론 이와 같은 ‘잭팟’이 자주 터지는 것은 아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실패를 전제로 한 투자가 선행되어야 한다. 그래서 영화는 산업인 동시에 도박이다.

<메멘토>는 치밀한 기획과 싱싱한 아이디어, 맘껏 발휘된 능력 삼박자가 시계태엽처럼 딱딱 맞아떨어졌다. 여기서 <블레어 윗치>를 떠올리진 말 것. 네티즌이 열광한다고 해서 모두가 ‘폭탄’은 아니다.

책을 거꾸로 읽어나가는 듯 한 복잡한 구성과 보일 듯 말 듯 희미한 레너드의 기억, 이를 파격적인 영상 속에 담아낸 연출력은 근래에 보기 드문 성과로 분류되어야 마땅하다. 물론 젊은 세대들의 코드에 맞추어봤을 때의 얘기. 그게 이 영화의 장점이자 단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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