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여직원' 결과, 토론 1시간후 발표 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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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가 15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몰 광장 유세에서 지지자들의 환호에 손을 들어 답하고 있다. [뉴시스]

경찰은 16일 밤 11시 전격적으로 ‘국정원 여직원 사건’에 대한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시점인데도 대선 후보 TV토론이 끝난 지 1시간 만에 발표한 이유는 엠바고(보도제한)가 일부 언론사의 반대로 받아들여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경찰은 사이버 수사 전문 증거분석관 10명을 투입해 국가정보원 직원 김모(28·여)씨의 PC 하드디스크를 정밀 분석한 결과 김씨가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를 지지하거나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를 비방한 댓글을 인터넷에 썼다는 증거를 찾을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김씨는 “너무 억울하다. 이번 사건으로 내 인생은 너무 황폐화됐다”고 말했다.

 새누리당과 민주당은 모두 수사 결과가 대선 막판 판세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부동층의 표심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민감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은 “민주당의 인권 유린과 정치공작이 백일하에 드러났다”며 총공세로 나왔다. 특히 문재인 후보가 경찰 발표 직전 TV토론회에서 시종 공세적인 자세로 여직원에 대해 의혹을 제기한 점을 집중 부각시켰다. 정옥임 대변인은 “오늘 토론회에서 인권변호사라는 문 후보가 해당 여직원을 피의자로 몰면서 인권 유린을 당해도 마땅한 사람으로 매도한 것을 유권자들이 똑똑히 지켜봤다”며 “문 후보는 ‘사람이 먼저’라는 공약부터 내리고 해당 여성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장은 캠프 상황실 부실장도 “대선 직전 공당과 대선 후보 캠프가 조직적으로 나서 국기를 문란케 한 중대한 국기문란 사건”이라며 “문 후보를 비롯해 관련자들에 대한 법적·정치적 책임을 철저히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통령 후보가 15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자신의 이름을 연호하는 지지자들에게 주먹을 쥐어보이고 있다. [오종택 기자]

 새누리당은 경찰 발표가 선거 막판 부동층의 표심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캠프 핵심 관계자는 “문 후보 측이 패색이 짙어지자 국정원 여직원 사건을 비롯해 아이패드·신천지 의혹 등 흑색 선전으로 승부를 걸었지만, 결국 역풍을 맞게 됐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문 후보가 TV토론에서 국정원 여직원에 대해 공세적으로 나온 직후, 반대 결과가 공표된 데 대해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다. 문 후보 측은 일단 경찰의 수사를 신뢰할 수 없다는 공식 입장을 내놨다. 또 수사 결과 발표 자체를 ‘관건 선거’이자 ‘정치행위’로 비난했다. 홍영표 종합상황실장은 “문 후보가 국정원 직원에 대한 의혹을 강하게 제기한 TV토론 직후 경찰이 기습적으로 중간발표를 했다”며 “경찰이 대선에 개입하는 관권 선거의 하나”라고 주장했다. “사건 초기에 가장 기초적인 IP주소도 확인하지 않은 경찰이 정치적으로 개입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결과를 발표했다”고도 했다.

 그러나 문 후보의 ‘국민연대’에 참여한 동양대 진중권 교수는 트위터에서 “민주당에서 증거가 있으면 내놓고, 없으면 깔끔하게 사과해야 한다”며 “의혹이 가도 증거를 찾지 못하면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 일각에서도 “국정원 이슈보다는 더 확실한 ‘불법 선거사무소 댓글 아르바이트 의혹’에 더 집중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한편 경찰은 김씨를 17일 다시 조사할 예정이다. 김씨는 지난 15일 피고발인 신분으로 출석해 다섯 시간 동안 조사를 받았다. 이번엔 고소인 자격으로 조사에 응한다. 김씨는 지난 13일 주거침입·감금 혐의로 민주당 관계자들을 고소했다.  

‘국정원 여직원’ 사건 일지(12월)

11일 민주당원 수십 명, 문재인 후보 비방 댓글을 달며 선거 개입했다며 국정원 여직원 김모(28·여)씨 자택 봉쇄(43시간 감금)

12일 민주당, 김씨를 선거 개입 혐의로 경찰에 고발

13일 김씨, 데스크톱 컴퓨터 1대와 노트북 1대 임의제출 형식으로 경찰에 제출. 김씨, 감금·주거침입 혐의로 민주당 관계자 고소

15일 김씨, 경찰에 자진 출석(다섯 시간 조사)

16일 경찰, 컴퓨터와 노트북 분석 결과 “문 후보 비방 댓글 흔적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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