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 브레인시티 휘청 … 주민 피해 ‘갈수록 태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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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 경기도 평택시에 사는 A씨(64)는 요즘 밤잠을 이루지 못한다. 최근 도일동 일대 땅 9900㎡(3000여 평)가 법원 경매에 부쳐졌기 때문이다. 2005년 전원주택 분양사업을 시작한 그는 땅을 담보로 수억원의 은행 대출을 받았다. 이어 단독주택 8채를 짓기로 하고 일부 건물에 대한 분양 매매 계약을 했다. 하지만 공사가 80% 진행됐을 무렵 해당 부지가 브레인시티 수용지구에 포함되면서 모든 계약은 수포로 돌아갔다. A씨는 “당장엔 손해를 봤지만 수용된 땅에 대한 보상을 받으면 괜찮을 것이란 희망으로 살았는데 브레인시티 사업이 계속 미뤄지면서 땅을 뺏기게 됐다”며 억울해했다. A씨 이외에도 도일·가재동 등 브레인시티 수용지구에 거주하는 주민 30여 명의 땅이 경매로 넘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평택 브레인시티 사업의 지역 주민들이 시름에 잠겼다. 땅만 수용됐을 뿐 사업 추진 5년이 지나도록 토지 보상이 이뤄지지 않는 데다 자칫 사업 계획 자체가 없던 일이 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브레인시티 조성사업은 총사업비 2조3072억원을 투입해 평택시 도일동 482만5000여㎡ 부지에 성균관대 제3캠퍼스와 친환경 주거공간이 어우러진 지식기반형 첨단복합산업단지를 만드는 사업이다. 경기도와 평택시, 성균관대는 이를 위해 2007년 6월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특수목적법인(SPC) 브레인시티개발㈜을 설립했다. 이로 인해 주민 1500여 명의 땅이 사업 부지로 수용됐다.

 지구지정과 사업 승인 등 행정절차는 2010년 4월에 끝났지만 토지 보상은 아직 착수되지 않았다. 1조4000억원에 달하는 보상비를 마련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브레인시티개발㈜은 사업 파트너인 평택시가 총 사업비의 20%(3600억원) 투자를 약속하면 금융권으로부터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여기에 성균관대의 투자지분 10%를 더해 총 사업비의 30%만 우선 확보하면 미리 분양이 가능해 자금 조달에 숨통이 트일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평택시는 투자에 소극적이다. 브레인시티개발 측의 투자요구액이 시 연간 예산(8000억원)의 절반에 가까울 정도로 재정부담이 크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보상만 믿고 대출을 받았던 주민들만 빚에 허덕이고 있다.

브레인시티 농지대책위원회 관계자는 “일각에서는 송명호 전 시장 재직 당시 결정된 사업이라 김선기 현 시장이 사업 시행자를 바꾸고 싶어 한다는 말도 나온다”며 “시가 주민을 생각한다면 하루빨리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업 추진이 지지부진해지면서 사업승인권자인 경기도도 한때 브레인시티 지구지정 해지를 검토했다. 그러나 ‘사업을 접기엔 주민 피해가 너무 크다’는 의견이 제기되면서 경기도는 해지를 위한 행정절차를 내년 2월 말까지 유예했다. 그러면서 경기도와 평택시는 금융투자 및 보증을 서지 않는다는 조건을 달았다. 손종천 평택시 산업환경국장은 “새로운 사업자를 물색하는 방안을 포함해 문제가 잘 해결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최모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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