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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쪽 저쪽에 물어본 신당 결별의 「사정」>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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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신당 작업에 직결시켜 「한·일 회담을 반대한 재야 민주 민족 세력을 규합하는 선명 야당」을 내걸 수밖에 딴 길이 없었다.
이리하여 한·일 회담 반대 운동을 펴기 위해 생성된 조국 수호 협의회의 예비역 장성·학계 등 인사를 신당에 포섭하려 했었다. 어디까지나 강경파는 신인을 신당의 「쇼·윈도우」로 하겠다는 정도의 비중만을 두고 신인 포섭에 나섰던 것이다.
그러나 민중당을 이탈했지만, 윤보선씨 중심의 강경파와는 계보를 달리하는 민주 구락부가 신인과 손을 잡고 값비싼 흥정을 시작했다. 『기성 정치 세력에 대한 심판은 끝났다. 새 이념·새 체제에 알맞은 새얼굴의 등장』이라는 「슬로건」이 신인이 내세운 제일의적인 것이었다.
「기성」과 「신인」의 이같은 「구상의 차이」는 처음부터 충돌했으며 3개월에 걸쳐 되풀이된 막후 접촉과 공식 회합에서도 한발짝 접근을 보지 못했다. 더우기 창당 직전에 와서는 윤보선씨의 거취를 싸고 실감 있게 대립했다.
강경파는 윤보선씨와 국회의원직을 버린 용기 있는 탈당 의원이 신당의 핵이며 어떤 양보 위에서라도 윤보선씨를 대통령 후보로 하는 것만은 사전 보장이 있어야겠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신인 「그룹」은 사전 보장에 도리질했고 구태의연한 파벌지양을 명분으로 강경파에 수의 우위조차 용납하지 않았다. 이리하여 양파는 발기인 선정 기준을 둘러싼 다툼을 분수령으로 갈라서고만 것이다.
강경파의 단독 발기 선언으로 신당 운동이 끝내 양분의 위기에 빠져든 사태를 세칭 신인 「그룹」은 무척 비장한 각오로 받아들이고 있다.
김재춘씨는 『우리가 목표한 새로운 인물, 새로운 이념, 새로운 체제의 단일 신당이 결국 실패하여 두개의 당이 되고 말게 되면 우리는 그만두겠다』고 말하고 신당 운동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야당 전열의 단일화라고 강조하고 있다.
신인 「그룹」은 공화당의 집권을 「비민주적 군정 연장」으로 규정한다. 그들은 민주 세력의 정치적 구심점 형성과 장차의 총선에서 평화적 정권 교체를 이룩, 민주 정치를 재건할 것을 신당의 사명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그들이 목표하는 공화당과의 대결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야당을 여러 갈래로 찢을 수는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입장에서 그들은 과거의 야당 운동이 번번이 실패한 원인을 「민주 세력의 규합, 단결에 성공하지 못한데」에 찾고 기성 정치인들에게 「밑거름 구실」을 할 것을 요구해왔다.
신인 「그룹」은 신당 운동이 양분된 책임을 기성 정치인들의 「아집」과 「정치적 허욕」에 있다고 본다.
신인계의 「브레인」 부완혁씨는 그동안의 신당 작업에서 강경파가 ①윤보선씨에게 당수직과 대통령 후보 자리를 줄 것을 사전 보장할 것과 ②그것이 안될 때 발기인 선정에 있어 「자동 케이스」를 인정함으로써 강경파가 신당의 주류를 형성하도록 해줄 것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부씨는 이러한 비민주적이고 상식 밖의 요구를 신인 「그룹」이 받아들일 것을 거부하자, 강경파는 자파 만의 단독 발당을 선언했는데. 사실은 단독 발기는 강경파의 「해묵은 속셈」으로서 신인들을 끌어넣어 새 맛을 내 보겠다던 당초의 계획이 틀어지자, 그들만의 창당을 서두른데 불과하다고 간파했다.
그러나 신당이 국민에게 주고있 는 「이미지」가 신인이 대거 참여한 「새로운 당」이라는 점에서 강경파가 「또 하나의 붕당」이라는 지탄을 받으면서까지 혼자서 당을 만들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보던 신인들로서 이번의 「강행」은 분명 크나큰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단일 신당의 산파역의 한사람이던 김재춘씨는 아직 타협의 여지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더우기 새로운 이념의 단일 신당을 진지하게 생각하는 부대가 아직 상당히 있고 그들이 교량적 역할을 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또한 부완혁씨도 ①강경파 내에 「머리」가 너무 많이 흔들릴 가능성이 있고 ②신당에 관한 한 국민에 「어필」하는 힘은 신인 측이 강하다는 점을 들어 강경파가 신인들을 호락호락하게 생각할 수가 없다고 헤아렸다.
결국 강경파가 윤보선씨를 앞장세우고 신인 측이 장준하·박병권씨 등을 전면에 내세워 지구당 위원장들을 포섭하기 시작할 때 승부는 판가름난다고 볼 경우 강경파로서도 무턱대고 「모험」을 즐기지는 않을 것이라고 부씨는 풀이했다. <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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