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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쪽 저쪽에 물어본 신당 결별의 「사정」>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강경 세력이 추진해온 신당은 발기도 전에 두동강이 나버렸다. 윤보선씨를 중심으로 하는 전 민중당 강경파는 18일 통칭 신인 「그룹」과 결별하고 독자의 창당에 나섰다. 신인 「그룹」은 독자적 창당에서 한 걸음 처진 채 그들만의 단독 창당 또는 창당 포기의 갈림길에 섰다. 이리하여 새 이념·새 체제를 갖추겠다던 이른바 선명 야당의 깃발은 그들 스스로의 분열 속에 파묻히고 서로의 입씨름만이 메아리를 남겼다.
강경파는 『신당의 핵이 될 조직과 인물을 깔아뭉개려는 통칭 신인「그룹」은 아집 앞에 창당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결별을 설명하고 있는가하면 통칭 신인 「그룹」은 강경파는 자신들의 우상화를 강요한 끝에 결국 특정인을 위한 또 하나의 붕당을 탄생시키려하고 있다』고 만만치 않게 반발하고 있다.
따지고 보면 애초부터 하나로 뭉치기 어려운 이질성이 맞서있었다. 지난해 10월 민중당을 뛰쳐나온 강경파란 이름의 기성정치 「그룹」과 조국 수호 협의회 속의 통친 신인들은 단일신당을 목표로 접촉했다. 그러나 서로가 함께 한·일 협정을 매국이라 단정하는 격한 투쟁을 했다는 것 이외에는 동질적인 기반이랄게 별로 없었다.
민중당을 뛰쳐나온 강경파는 민정·민주 양당을 통합하던 민중당 창당 대회에서 비주류로 전락했던 정치 세력이다. 때문에 그들의 신당 작업은 『주도권을 뺏긴 끝에 이루어지는 것』이라는 비판이 두려웠던 것이다. 따라서 「한·일 매국 외교의 성토」라는 그들의 민중당 이탈의 명분을 『신당 내 신인이 많이 들어와야지…훌륭한 지도자가 있으면 그런 분을 지도자로 하는 것도 좋아. 그러나 이 나라의 야당이 가는 길은 험준한 가시밭길이야. 여당과 경찰의 탄압을 무릅쓰고 가는 것은 역시 이 탄압을 겪으면서도 견디어온 사람들이라야 되지 않겠어….』
신당 작업 초기의 윤보선씨의 말이다. 신당에 「신인」이 있어야 하지만, 당의 핵과 주축은 정당인 일 수밖에 없다는 판단은 전 민중당 강경파 공통의 자부였다.
강경파는 애초부터 「신인」을 당의 주축으로 할 생각은 없었다. 그러나 「신인」들은 새 인물을 내세웠다.
당수도, 대통령 후보도 신인 중에서 선택하는 것을 이상으로 했다. 『신인이라고 하지만, 그 사람들이 무엇을 갖고 있습니까, 조직이 있습니까, 기성 정치인이라고 해서 한 묶음으로 팽개치면 무엇을 신당의 주축으로 하자는 겁니까』 (정성태씨의 말)라는 것이 강경파의 주장이었다.
이리하여 처음부터 탈당한 전 의원 8명이 신당 대책 위원으로서 신당을 만드는 핵심체가 될 것을 주장했다. 그러나 신인 측이 굳이 내세우는 파벌지양의 명분에 밀려 신인 측이 내세우는 각계 대표 한 사람씩을 포함한 신당 추진 11인 회의 구성에까지는 끌려갔다.
그러나 신인은 11인위가 넓은 선택권을 갖고 발기인을 전형하려했고, 강경파는 강경파 쪽의 거의 전부를 자동 「케이스」 발기인으로 하여 전형권의 범위를 한정하려했다. 이 상반된 대립은 끝내 조정되지 않았다. 그러나 밑바닥에는 당수와 대통령 후보의 경쟁이 깔려 있었다. 『신인을 자꾸 내세우지만, 인물이 그것도 하나의 인물이 중요한 것입니다. J씨를 대통령 후보로 해요? 말이 안됩니다. 신인 중에 대통령 후보 될만한 사람이 있습니까. 윤보선씨가 있다는 것이 신당의 가장 큰 강점의 하나입니다. 그분을 2선에 제쳐놓고 어쩌자는 거요 백만명이 모이더라도 그분 없이는 무의미합니다』는 정성태씨의 말처럼 윤보선씨에 대한 집착은 그들에겐 반종교적이다.
강경파는 신인들에게 윤보선씨를 당수에다 대통령 후보까지 겸하게 한다는 사전 보장을 하든지 아니면 발기인 수의 우위를 요구했다. 그러나 강경파는 새얼굴에 집착, 두가지 요구 전부를 거절했다. 이 대립 속에서 강경파는 신인 측 주장의 밑바닥까지 의심하기 시작했다. 『최강자를 꺾어버리려는 것은 결과적으로 여당의 영구 집권을 돕는 일이다. 더우기 우리 선명 야당 속에 「사꾸라」의 분열 공작이 있다고 보아야한다』 강경파만의 회의에서는 곧잘 이런 말이 나왔고 신인 쪽의 특정인을 올려놓고 의심해 보기도 했다.
이래서 결별의 신호탄을 던진 권오돈씨의 성명에는 『선명 야당을 가로막는 정보 정치적 내외의 마수를 경계해야 할 필요를 느꼈다』는 말까지 집어넣게 되었다. <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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