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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심내지 말고 체력·수준 맞게 즐겨야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추위로 바깥 활동이 크게 줄어드는 겨울이다. 하지만 설원만큼은 예외다. 스키·스노보드 같은 겨울스포츠를 즐기려는 이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연간 스키장 이용 인구가 650만 명을 넘어섰다. 그만큼 겨울스포츠로 인한 부상도 크게 늘고 있다. 겨울스포츠를 다치지 않고 안전하게 즐기는 법에 대해 서울아산병원 스포츠건강의학센터 진영수(사진) 교수에게서 들었다.

-스키·보드 등 겨울스포츠를 즐길 때 주로 다치는 부위는.

“스키 탈 때 가장 많이 다치는 부위는 무릎이다. 발목이 부츠에 고정돼 무릎이 뒤틀려서다. 특히 무릎 관절 앞쪽에 있는 전방십자인대가 많이 파열된다. 스노보드는 손목 쪽에 부상이 집중된다. 넘어지면서 손목으로 땅을 짚기 때문이다. 손목에 가는 충격이 심하면 어깨나 쇄골까지 다치기도 한다. 또 엉덩방아를 잘못 찧으면 골반이나 허리뼈에 금이 갈 수 있다.”

-운동 종목에 따라 손상 형태도 다르다는데.

“스키를 탈 때는 주로 인대 파열이 나타나는 반면, 스노보드는 골절이나 어깨탈골, 타박상을 입는 경우가 많다. 물론 두 종목 모두 어떻게 부딪히고 넘어지느냐에 따라 손상 형태가 달라진다. 근육이 멍드는 좌상이나 인대가 다치는 염좌는 비교적 가벼운 손상이다. 하지만 골절까지 되면 매우 위험하다. 허리·목 등의 척추에 골절을 입으면 신체 마비가 올 수 있다. 스노보드는 높이 점프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다 넘어져 머리를 부딪히면 생명이 위태로울 수도 있다.”

-부상을 입게 되는 가장 큰 이유는.

“숙련도 부족이나 어쩔 수 없는 충돌 등 다양한 원인이 있지만, 가장 근본적인 것은 바로 욕심이다. 실력이 못 미치는데 상급자 코스를 고집하다 다치는 경우가 많다. 또 자신의 체력을 무시하고, 욕심내서 장시간 타는 것도 문제다. 몸이 피로한 상태에서 운동을 지속하다 보면 ‘과사용증후군’이 나타난다. 반복적인 동작이나 과도한 훈련으로 근육·뼈·인대 등에 미세한 손상이 발생해 염증이나 통증이 나타나는 증상이다. 오래 운동하다 보면 잘 타는 상급자라도 균형감각과 순발력이 떨어지게 된다. 그만큼 넘어지거나 다른 사람과 충돌할 확률이 높아진다. 보통 운동 시작 후 3~4시간이 지나면 피로가 쌓여 부상 위험이 급격하게 높아진다.”

-어떻게 넘어지느냐도 중요할 텐데.

“넘어지지 않으려고 버티는 게 더 위험하다. 잘 넘어지면 손상을 줄일 수 있다. 유도의 낙법처럼 팔과 몸 전체를 공처럼 둥글게 만드는 자세가 필요하다. 뒤로 넘어질 때는 상대적으로 살이 두툼한 엉덩이 쪽에 체중이 실리도록 서서히 주저앉는다. 뒤통수가 충격을 받지 않도록 턱을 당기고 척추 골절을 막기 위해 등을 둥글게 해야 한다. 스키 초보자는 자칫하다 스키 폴에 손가락이 걸려 뒤로 꺾일 수 있으므로 넘어지면서 폴을 내려놓도록 한다.”

-다쳤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하나.

“다친 부위를 가급적 움직이지 말고 고정시켜야 한다. 자신이 해결하려고 무리하게 움직이다 2차 손상이 올 수 있다. 특히 경추나 요추 부위를 다쳤을 때는 더욱 주의해야 한다. 요새는 스키장 구역마다 구급요원이 있으므로 재빨리 도움을 청하도록 한다. 가볍게 넘어지거나 타박상을 입었을 때는 냉찜질이나 온찜질을 활용한다. 갓 다쳐서 부어올랐을 때는 얼음으로 찜질하고, 시간이 지나 부기가 가라앉으면 온찜질을 한다. 하지만 사소한 증상이라도 스키장 내 의료시설이나 인근 병원에서 진료를 받는 것이 무엇보다 좋다.”

-부상을 예방하려면 준비운동도 중요하다던데.

“준비운동은 부상을 막기 위한 필수조건이다. 겨울철엔 평상시보다 준비운동을 철저하게 해야 한다. 추위 때문에 근육과 인대, 관절이 수축돼 굳어진 상태이기 때문이다. 팔·다리·어깨·목 등 신체 전반적으로 관절과 근육을 스트레칭한다. 15분 정도가 적당하다. 스트레칭 후에는 가볍게 걷거나 뛰어 체온을 올린다. 혈액순환을 빠르게 해 운동능력을 향상시킨다. 운동이 끝난 후에는 정리운동을 해야 한다. 많이 사용했거나 힘이 많이 들어간 관절·근육 위주로 스트레칭을 하면 근육통을 예방한다.”

-겨울스포츠를 피해야 할 사람이 있다면.

“심장병·고혈압이 있는 환자는 겨울스포츠가 그리 좋지 않다. 추위에 장시간 노출되면 혈관이 수축하고 혈압이 급상승한다. 심장에도 무리가 와서 갑작스럽게 심근경색이 발생할 수 있다. 천식환자도 증상이 악화돼 기관지염, 폐렴이 나타날 수 있다. 목이나 코에 스카프를 둘러 차가운 공기를 막아야 한다. 목이 건조하지 않도록 수분을 충분하게 섭취하도록 한다.”

-겨울스포츠를 즐길 때 유념해야 할 사항이 있다면.

“겨울스포츠는 생각보다 체력소모가 많다. 본인의 체력과 수준에 맞게 적당히 즐겨야 한다. 남보다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은 부상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특히 젊은 사람은 도전의식 때문에 부상 위험이 높아진다. 중년층은 젊은 시절처럼 운동하려는 경향이 있는데, 이것도 위험하다.
결국 ‘자신을 안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또 장시간 야외에서 운동을 즐기려면 저체온증도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옷을 여러 겹 입어 체온이 떨어지지 않도록 한다. 새벽·아침·저녁 운동은 가급적 피하고, 따뜻한 시간대인 오후 1, 2시대에 하도록 한다.”

오경아 기자 okaf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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