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승원과 나눈 유쾌한 대화

중앙일보

입력

“사람들이 저에게 ‘영화배우’ 차승원이라고 합니다. 이제는 듣기 좋더군요. 그게 바로 접니다, 차승원!”

5년쯤 전에 모델과 패션 기자로 만나 맞장을 떴고, 그뒤 2년 쯤 뒤에 탤런트가 된 그를 인터뷰하느라 재회해 맥주를 앞에 놓고 툭툭 털었었다. 그로부터 3년 뒤. 차승원은 영화배우가 되어 나타났다. 훨씬 잘생겨졌고 부드러워졌지만 진한 눈매와 짙은 눈썹은 여전하다.

<신라의 달밤>에서 차승원의 ‘최기동’은 단연 돋보였다. <신라의 달밤>이 우리에게 선물한 건 웃음이지만, 그에게는 관객과의 거리를 좁힌 소중한 선물 이상의 무엇이다.

■ 요즈음 어떻게 지냈나
청담동 집에 칩거하면서 모처럼 쉬고 있다. 영화 찍느라 경주에 내려가 있는 동안 노아(아들)가 몰라보게 자랐다. 솔직히 <신라의 달밤> 촬영 때부터 받아놓은 시나리오도 쌓여 있다. 드라마 제의도 들어왔는데 좀 고민했지만 거절했다. 팬클럽 게시판에 글을 올렸더니 영화배우 차승원으로 남아달라는 답변이 지배적이었다. ‘동감’이라는 말, 이럴 때 쓰는 거 아닌 가 싶다. 요즈음은 팬 사이트에 자주 들러 글도 읽어보고 내 글도 올린다.

■ 차승원의 진짜 얼굴은 무엇인가
내 눈매가 좀 진한 편이다. 눈썹도 까맣고 운동을 꾸준히 해서 몸도 좀 있고… 게다가 <리베라메>나 <세기말>의 영향 탓인지 악마적이고 음울한 인상으로 기억하는 것 같다. 사실 그들도 분명 나 차승원이다. 내가 가진 어떤 부분인 것이다. <신라의 달밤>에서 사람들이 나를 주목한 건 차승원이 코믹 연기를 했기 때문이다. ‘아! 차승원도 웃기는구나…’하는 식이겠지. 단순무식하지만 결코 미워할 수 없는 최기동. 영화를 찍는 동안 나는 최기동으로 살았다. 최기동 역시 나의 일부다.

■ 차승원이 선생님을 했다면…
그런 일은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 된다. 내가 어떻게 남을 가르치겠는가.

■ 모델에서 영화배우로 변신에 성공했는데
그때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지만 하겠다는 의지만큼은 늘 강했었다. 처음 연기자를 하려고 매니저를 만났을 때 내가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당신은 내 얼굴만 사람들에게 보여주면 된다. 그러면 나머지는 내가 다 알아서 하겠다”.

■ 개런티도 올랐고 돈도 많이 벌었을 것 같다
물론 개런티도 올랐고 경제적으로도 여유가 생겼다. 하지만 아내나 나나 워낙 돈 없고 가난했던 시절에도 돈 없는 것 때문에 불편을 느끼며 살진 않았다. 그냥 없으면 없는 대로 지냈다. 영화 결정 할 때도 아직은 개런티에 크게 연연하지는 않는다. 지금도 나는 비싼 옷 척척 사서 입는 타입은 못 된다.

■ 아직도 주량은 여전한가
아마 내 몸에는 맥주를 잘 소화시키는 무슨 특수 효소가 든 것 같다. 맥주만 앉은 자리에서 1만CC 마실 수 있다.

■ 친하게 지내는 사람은
김상진 감독이다. <신라의 달밤>은 워낙 시나리오가 재밌었지만 함께 일해보고 싶은 김상진 감독이 있었기 때문에 결정한 것이다.

■ 다음에 보여줄 차승원의 얼굴은
시나리오는 거의 결정된 상태다. 욕심인지 모르겠지만 매번 다른 얼굴로 바꾸고 관객을 찾아가고 싶다. 예를 들면 아주 밑바닥까지 내려가 벼랑 끝에 몰린 사람? 그런 연기를 하게 될 것 같다. 물론 평가는 여러분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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