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 `윈도XP 입단속'에 PC업계 불만

중앙일보

입력

마이크로소프트(MS)가 출시할 윈도XP를 운영체제(OS)로 탑재한 PC의 마케팅에 대해 지나치게 예민한 반응을 보여 국내 PC업계의 불만을 사고 있다.

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등 국내 대부분의 PC업체가 윈도XP를 OS로 채택한 PC를 지난 1일부터 일제히 내놨으나 MS측에서 이에 대한 홍보를 제한하는 바람에 `속앓이'를 하고 있다.

MS는 지난달 말께 삼성전자, 삼보컴퓨터 등 국내 10여개 PC업체에 윈도XP PC 제작에 필요한 윈도XP RTM(Release to manufacturing) 한글버전 및 생산 준비용 키드인 OPK(OEM Preinstallation Kit)를 담은 마스터CD를 제공했다.

MS는 이 CD를 제공하면서 윈도XP를 장착한 PC 출시 시기를 정하는 것은 PC 제조업체들의 권한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올해 상반기부터 고전을 면치못했던 국내 PC업체에서는 윈도XP의 출시일인 26일보다 3주정도 앞선 이달초부터 윈도XP PC를 내놓고 집중적인 마케팅 전략을 펼 채비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정작 윈도XP PC 출시가 임박하자 MS측에서 제동을 걸고 나섰다.

MS는 최근 국내 PC업체에 `12일까지 언론보도, TV광고 등을 통해 윈도XP에 대한홍보활동을 하지마라'는 통보를 했다.

이와 관련, 한국MS의 권찬 부장은 "홍보 시점을 12일로 못박은 것은 MS 본사의 방침이므로 한국지사에서는 왈가왈부할 사항이 아니다"며 "이같은 홍보 시점 제한은 업계에서 관례적인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같은 MS의 일방적인 통보를 받은 국내 PC업체는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모 업체 관계자는 "윈도XP PC는 이미 시장에 나와 있는데 이에 대한 홍보활동을하지 못해 마케팅 전략을 12일 이후로 급하게 변경했다"며 "MS가 PC업체의 마케팅전략까지 간섭하는 것은 지나친 것"이라고 불만을 털어놨다.

국내 최대 PC 생산업체인 삼성전자도 지난달 25일 오전 윈도XP를 탑재한 노트북PC를 국내에서 처음 내놨다고 언론에 발표했다가 MS의 `제지'를 받고 부랴부랴이날 오후 `출시를 10월로 연기한다'고 수정 자료를 냈다.

다른 업체 관계자는 "그동안 새로운 OS를 출시했을 때는 PC 출시시기와 OS의 출시시기가 비슷해 이런 문제가 없었다"며 "윈도XP는 이 기간이 한달 정도 차이가 나PC업체별로 홍보를 할 경우 윈도XP의 홍보효과가 감소될 우려가 있어 홍보시점을 제한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PC업계에서는 MS가 윈도 운영체제의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자신들의 마케팅 계획에 따라 PC업계까지 함께 움직이도록 일방적으로 주문하는 것은 지나친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서울=연합뉴스) 강훈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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