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민석의 그린세상] 그린위에 뜬 ‘코리안 보름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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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리(24·삼성전자)가 추석 전날(9월30일)인 AFLAC 챔피언스에서 절친한 친구 로리 케인을 5타차로 제치고 시즌 5승을 거두며 한인팬들에게 한가위 선물을 안겼다. 98년과 99년 각각 4승씩을 거둔 박은 자신의 시즌 최다승을 경신했고 통산 13승을 올렸다.

99년부터 우승을 차지한 투어 선수들과 명예의 전당 회원 등 40명의 정예선수들이 출전한 이 대회에서 박세리를 비롯해 김미현(24·KTF), 박지은(22)과 박희정(21·채널V코리아) 모두 4명의 한인선수들이 출전, 전체 선수의 10분의 1을 차지했다.

김미현이 대회 첫날 7언더파로 단독선두에 오르더니, 둘째날엔 선두 김미현에 이어 박세리 2위, 박지은 3위로 한인선수들의 독무대로 만들었다.

지난해 김미현과 장 정이 세이프웨이 챔피언십에서 우승트로피를 놓고 플레이오프를 벌였고, 올시즌 마지막 메이저인 브리티시 우먼스 오픈에서는 박세리가 우승을, 김미현이 준우승을 차지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한인선수가 1위부터 3위까지 상위권을 싹슬이한 적은 이번이 처음으로 ‘별들의 전쟁’으로 불리는 AFLAC 챔피언스에서 한인골퍼들의 위상을 떨친 것이다.

3라운드에서 박세리는 6개홀 연속 버디를 잡는 등 8타를 줄이며 2위와 7타차로 사실상 우승을 확정지었고, 마지막날 1타를 더 줄여 16언더파 272타로 ‘왕중왕’으로 등극했다.

테러여파 등으로 캐나디언 우먼스오픈 이후 6주만에 그린에 나선 박은 시즌 5승과 함께 다승왕, 상금왕, 최저타 부문 등 선두 아니카 소렌스탐(스웨덴)에 대한 대추격의 불씨도 다시 지폈다.

또 올시즌 5승을 올린 박세리와 함께 박지은과 박희정이 각각 1승씩을 거두며 한인여자골퍼들이 모두 7승을 챙겨, 지난 99년(박세리 4승·김미현 2승) 6승의 한인 역대 한시즌 최다우승 기록도 경신했다.

‘한국 여자골퍼의 대모’ 구옥희가 88년 스탠더드 핑 레지스터지 대회에서 한인 최초로 LPGA투어 첫승을 올린후 13년이 지난 현재 후배골퍼들이 20승을 추가하며 모두 21승을 기록했다.

휘영청 한가위 보름달이 그린위를 비추는 가운데 투어의 굵은 획을 그은 한인선수들이 세계 골프 정상의 무대에서 또다른 기록을 향해 힘찬 티샷을 날리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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